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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은 더 연기하고 싶다” 했는데…생전 인터뷰로 돌아본 강수연

등록 2022-05-08 09:47수정 2022-05-08 10:23

2011년 ‘씨네21’ 인터뷰서 소회 밝혀
“50·60대엔 그 나이에 맞는 연기 하고파”
2011년 <씨네21>과 인터뷰하던 당시의 강수연. <한겨레> 자료사진
2011년 <씨네21>과 인터뷰하던 당시의 강수연. <한겨레> 자료사진

배우 강수연이 7일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한국영화계도 약간은 쓸쓸하겠다.

3살 나이에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래, 청춘스타를 거쳐 원조 ‘월드스타’까지 한국영화계에 자신만의 뚜렷한 성취를 남긴 그는, 생전 <씨네21>과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연기인생과 임권택 감독과의 인연, 일상적인 모습, 바람 등을 밝힌 바 있다.

2011년 3월,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로 5년 만에 스크린 복귀에 나선 강수연은 그동안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저는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항상 제자리에 있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강수연 하면 카리스마가 떠오른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내가 불편하게 할 것 같냐”고 되물은 뒤 “사람들이 어려워한다.(웃음) 친해지면 안 그러는데…. 앞으로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카리스마 얘기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류승완 감독은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 나와 “무명 시절 힘들어하는 나에게 강수연 선배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했다”며 “그 말이 너무 멋져서 나중에 영화 <베테랑>에 썼다”고 말한 바 있다.

임권택 감독은 그에게 있어 ‘인생의 감독’이다. 강수연은 “<씨받이>(1987)로 처음 만났고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끝난 뒤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감독님과 계속 붙어 있었다”며 “그래서 우리는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안 했다. 우리가 20여년 만에 작품을 같이 한 사실을 우리는 정말 몰랐다”고 했다. 그렇게 막연한 사이지만 <달빛 길어올리기> 출연 과정에서 임 감독이 직접 자택 앞 커피숍에 찾아와 섭외 요청을 했다고 한다. “따로 만나서 하지 않고 전화나 문자로 해도 되는데.(웃음) ‘감독님이 부르시면 카메오라도 출연해야지, 뭘 당연한 걸 물어보세요. 해야죠’라고 답했어요.”

영화 &lt;달빛 길어올리기&gt; 촬영 현장에서 임권택 감독과 배우 강수연이 대화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촬영 현장에서 임권택 감독과 배우 강수연이 대화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40여년 경력의 대배우지만 <달빛 길어올리기> 속 술 마시는 장면과 관련해선 고민이 적잖았다고 했다. “실제로 술 좋아해요. 우리나라 중년의 놀이문화가 술 문화잖아요. 어쩌면 감독님도 그런 생각으로 찍으셨는지도 몰라요. 촬영 초반인 5~6회차 때 감독님께서 따로 불러서 ‘네가 절대로 예쁘게 찍히면 안 된다. 큰일났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이 너무 어려워서 가만히 있었어요. 그렇다고 못생기게 보이도록 ‘흑칠’하고 그러라는 게 아니니까…. 나이 먹은 여자의 아주 깊이 있는 모습을 요구하신 건데, 극 중 그 여자(지원)의 인생, 생각, 고민을 구구절절하게 펼칠 수 있는 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상적인 모습에서 툭툭 묻어나야 하는 거라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1980~90년대에는 1년에 한편 이상씩 작품 활동을 해오다 최근에는 공백기가 길다는 질문에는 다작 출연의 피로감과 함께 자신에게 맞는 영화에 출연하고자 하는 고집도 내비쳤다. “고등학생 때까지 출연작이 가장 많았어요. 그때 어린이 드라마, 연극, 청춘영화 등 정말 많이 출연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서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뒤부터 영화만 출연하고 다른 건 다 거절했어요. 그때 세운 철칙이 ‘따블’(동시 출연)은 안 하겠다, 였어요. 드라마 <여인천하>(2001) 때까지 그렇게 살았어요. 나는 한번에 두가지 일을 동시에 못해요. 뭐든지, 그러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제는 작품 수보다 ‘나한테 맞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거예요. 나한테 맞는 작품이 없으면 안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생활한 지 꽤 오래됐어요.”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왼쪽)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lt;한겨레&gt; 자료사진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왼쪽)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21살 나이에 월드스타가 된 그의 일상은 어떠했을까. “항상 똑같아요. 게으른 걸 좋아해요, 또 그렇게 살고 싶고. 집에서 잘 놀고, 항상 ‘추리닝’ 차림으로 있고. 며칠씩 시간날 때는 여행 다니고.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연기가 곧 삶이었던 시절을 살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그 시간만큼 연기를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어요. 데뷔 뒤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면 배우로서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아요. 10대 때 10대 연기를 했는데, 그때는 어린이 영화가 붐이던 시절이었어요. 청소년기도 마찬가지고. 20·30대 때도 그랬고, 40대에도 계속 연기를 하고 있고요. 그리고 50·60대, 그때는 시대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어느 날 문득 생각을 해보니까 앞으로 최소한 40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어리다고, 모른다고 봐주고 준비 없이 한 것도 많았어요. 그러나 앞으로의 40년은 준비 없이 할 순 없어요. 봐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이제는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살아야겠어요. 그 점에서 앞으로의 40년이 훨씬 더 힘들고 중요할 것 같아요.”

“40년은 더 연기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여기서 멈췄지만, 그의 영화들은 우리 곁에 남아서 오래도록 그를 추억하게 할 것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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