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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붉은 대나무 숲사이로 젊은 달, 영월이 뜬다

등록 2022-05-27 04:59수정 2022-08-05 17:38

[한겨레S] 이정용의 문화가 있는 인증사진관 ①
젊은달와이파크에 전시되고 있는 탁명월 작가의 붉은 사슴.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젊은달와이파크에 전시되고 있는 탁명월 작가의 붉은 사슴.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물간 퇴물 가수와 그의 곁을 지키는 매니저의 우정을 그린 영화 <라디오스타>(박중훈, 안성기 주연)의 배경도시인 영월.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선뜻 가고 싶어하지 않는 외진 도시로 비춰진다. 하지만 실제 영월은 단종의 한이 서린 청령포와 장릉, 석회동굴로 유명한 고씨굴처럼 오래된 유명 여행지가 많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변화하면서 가족 단위 나들이가 늘어난 요즘, 영월의 새롭고 이색적인 공간들도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영월’이란 지명을 한글로 푼 ’젊은달와이파크‘(젊다는 뜻의 영어 ‘young’과 달이란 뜻의 한자 ‘月’)라고 이름 지은 미술공간이 있다. 애초 이곳은 영월군이 2014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주천면에 건물 4개동으로 구성된 주막거리를 조성한 술샘박물관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발로 건물만 지어놓은 채 방치되다가, 지난 2019년 공간디자이너 최옥영 작가가 이곳을 재기획해 되살렸다. 버려진 건축자재와 폐타이어 등을 작품에 활용하거나, 영월군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소나무 등에 예술의 숨결을 넣은 조각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젊은달와이파크의 대나무숲.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젊은달와이파크의 대나무숲.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전시공간과 박물관, 예비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의 체험 공방 등 공간 구성을 통해 이색적인 현대미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젊은달와이파크는 붉은대나무, 목성, 붉은파빌리온 등 총 11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최 작가가 만든 붉은 대나무숲 속 발자국을 따라 들어가는 것으로 색다른 미술공간여행이 시작된다. 강원도 출신인 최 작가가 강릉의 오죽을 모티브로 자신의 시그니처 컬러인 붉은 색을 가미시켜 만든 작품이다.

젊은달와이파크의 첫번째 전시공간인 목성.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젊은달와이파크의 첫번째 전시공간인 목성.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매표를 한 뒤, 들어선 첫 공간엔 목성이 있다. 영월군의 소나무로 엮어 쌓아 올린 거대한 돔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어둠 속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통해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목성을 지나면 사방이 꽃으로 뒤덮인 공간인 ‘시간의 거울-사임당이 걷던 길’과 폐자재인 나무파편을 모아 만든 ‘우주정원’이 전시되어 있다.

사방이 꽃으로 뒤덮인 공간인 ‘시간의 거울-사임당이 걷던 길’.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사방이 꽃으로 뒤덮인 공간인 ‘시간의 거울-사임당이 걷던 길’.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최옥영 작가가 나무 파편들을 모아 만든 ‘우주정원’.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최옥영 작가가 나무 파편들을 모아 만든 ‘우주정원’.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이어서 두 개의 붉은 파빌리온이 이어진다. 예술가에 의해 세워진 가설물을 의미하는 파빌리온(Pavillion)에 건축에서 가설물을 제작할 때 주로 사용되는 비계 파이프(금속파이프)들을 썼다. 특히 붉은색으로 구성된 작품이어서 ‘붉은 파빌리온’(Red Pavillion)이라 이름붙였다. 푸른 사슴이 놓인 두 번째 파빌리온의 공중에는 그물로 만든 거대한 거미 모양의 ‘스파이더 웹’이 매달려 있다.

야외에서 본 붉은 파빌리온과 목성의 일부.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야외에서 본 붉은 파빌리온과 목성의 일부.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전체적으로 실내외 전시공간들이 흐르는 물처럼 리듬있게 이어져 있다. 이 때문에 미술관의 안내에 따라 걷다 보면, 단순한 감상을 넘어 예술 작품과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애초 기획된 주막거리의 건물 4개동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지만, 전시관의 마지막에는 술문화관이 남아있어 이곳이 술샘박물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색다른 인증사진을 올리는 게 인기인 요즘, 이곳에서 그 어디에서 촬영한 사진보다 멋진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영월/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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