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특별전을 찾은 한 관람객이 제의가 열렸던 대신전 템플로 마요르가 재현된 영상을 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해말 영화배우 마동석이 마블시리즈의 하나인 <이터널스>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됐다. 지구 인류 태초의 땅에 도착한 10명의 신비로운 영웅 ‘이터널스’는 창조주 아리솀이 지구에 씨앗 형태로 심어놓은 셀레스티얼 종족이 부화한 뒤 이들이 지구의 에너지를 먹어치우면서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이곳을 잘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지구의 애정이 커져버린 일부 이터널스가 다른 이터널스와 지구 수호와 멸망을 사이에 두고 주장이 갈라지면서 대립을 한다. 영웅 이야기들이 다 그렇듯이 지구수호론을 주장하던 이터널스들의 승리로 결국 지구가 지켜지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바빌론 제국을 비롯한 굽타제국 등 다양한 고대 문명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그 중에 1521년 스페인 군대가 아즈텍 제국을 침공하여 학살을 자행할 때, 이터널스의 일원인 드루이그(배리 케오간)가 정신 조종으로 학살을 멈추려고 했지만 에이잭(살마 하이에크)이 이를 만류한다. 이터널스는 가공할 괴물 데비안츠를 막는 걸 제외하곤, 인간사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테나(앤절리나 졸리)는 “모든 생명체가 죽을 것”이라며 주변에 있던 모두를 공격하기 시작하고, 변치않는 순정으로 테나를 보살피는 길가메시가 이 행동을 저지한다. 이 장면에서 길가메시로 마동석이 등장해 아즈텍 제국 이야기는 유독 기억에 남는다.
아메리카 대륙의 3대 문명으로 알려진 마야나 잉카문명에 비해 덜 알려진 아즈테카문명이 최근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건 단지 이 한 편의 영화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멕시코가 수교된 지 60주년을 맞이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는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을 비롯하여 독일 슈투트가르트 린덴박물관, 네덜란드 국립세계문화박물관 등 멕시코와 유럽의 11개 박물관이 소장한 아즈테카 문화재 208점을 한자리에 모은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특별전이 지난 5월 3일부터 8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멕시코시티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아즈테카의 최근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최신 발굴에서 출토된 중요 문화재를 국내 처음으로 공개됐다.
멕시코에 가장 소중한 보물인 태양의 돌. 무게가 25톤에 이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3D프린트로 재현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아즈테카 문명은 14세기 중반부터 16세기 중반까지 호수 가운데 있는 섬 테노치티틀란(현재의 멕시코시티)에 도시국가를 세웠다. 치수사업과 정복전쟁을 통해 번영을 누렸던 아스테카인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메시카(mexica)인이라 불렀다. 멕시코라는 국명도 메시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이번 전시에선 메소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이자, 활발한 정복 활동과 공물 시스템으로 나라 전역을 하나로 연결하였던 그들의 뛰어난 정치·경제 시스템과 예술, 지식의 발전도 둘러볼 수 있다. 아울러 그동안 인신공양으로 잔혹한 문명으로 여겨졌던 아즈테카 문명의 오해를 풀 수 있는 전시품이 유독 눈에 띈다.
목테수마 2세의 상자의 조각. 아스테카의 뛰어난 공예 수준을 보여주는 작품. 이정용 선임기자
아즈테카인들은 모든 인간에겐 간, 머리, 심장에 3개의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죽음과 희생은 새로운 시작이자 생명의 출발을 의미한다. 동식물뿐 아니라 인간도 제물이 된 것은 신들이 자신을 희생해 세상을 만든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소중한 생명을 희생하고, 이를 통해 세상이 잘 유지되는 것이라 믿었다. 아즈테카인은 인간이 지하세계에서 나온 거인의 뼈로 창조됐다고 믿었다.
멕시코에 2점만 현존하는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믹틀란테쿠틀리’ 소조상이나 해골가면을 둘러보면 그들에겐 죽음이 있어야 삶이 있기에, 죽음이 비극이나 공포가 아닌 삶의 같은 공간에 녹아 있던 존재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아즈테카의 역사와 문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는 다시 못 올 기회가 될 것 같다.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아이들과 손잡고 둘러보시길 권한다.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이정용 선임기자
이정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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