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해방일지’ 이기우 “약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해방클럽 계속된다”

등록 2022-05-30 08:00수정 2022-05-30 14:12

JTBC <나의 해방일지> 이기우 인터뷰
해방클럽 멤버, 기정 연인 ‘조태훈’ 역할
드라마 장면 갈무리
드라마 장면 갈무리
“그냥…우리끼리 하죠, 아무거나. 동호회 들기 전까진 계속 불러댈 거 같은데. 우리 셋이 한다고 하고, 안 모여도 상관없잖아요.”(태훈)

“우리…. (동호회를) 진짜로 하는 건 어때요? 해방클럽. 전 해방이 하고 싶어요. 해방되고 싶어요. 어디에 갇혔는지는 모르겠는데 꼭 갇힌 거 같아요. 속 시원한 게 하나도 없어요. 갑갑하고 답답하고. 뚫고 나갔으면 좋겠어요.”(미정)

직원의 ‘행복’을 지원한답시고 사내 동호회 가입을 은근히 강권하는 회사에 지친 세 사람. 집이 멀어서, 같은 부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돌봐야 할 가족이 많아서 등등. 각자의 이유로 사내 동호회 가입을 거부하던 염미정(김지원), 조태훈(이기우), 박상민(박수영)은 마침내 세 사람만의 동호회 ‘해방클럽’을 결성한다. 각자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지, 해방을 위해 어떤 걸 해보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 나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제이티비시)에서 비록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많은 시청자에게 ‘힐링 타임’을 선물했던 해방클럽 멤버들. 그 가운데 태훈은 ‘산포 삼남매’의 맏이인 기정(이엘)과 애정관계로도 얽히면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26일 태훈 역을 맡은 배우 이기우(40)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로 만났다.

이기우는 박해영 작가의 전작 <나의 아저씨>(티브이엔)를 “인생 드라마” 중 하나로 꼽으며, “(이번 드라마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배역이 크지 않아도 어떤 역할이든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출연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박해영 작가가 전작에서도) 주연 배우들만이 아니라 모든 인물이 다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을 쓰셨잖아요. 그런 드라마가 흔치 않으니, 이런 기회는 놓치면 후회한다고 생각했죠.”

JTBC 제공
JTBC 제공
조태훈은 염미정과 같은 신용카드 회사에 다니는 직장 동료이자, 염기정의 학교 동창 조경선(정수영)의 동생이다. <해방일지>에는 삼남매가 두 쌍 나오는데, 줄거리를 이끄는 ‘산포 삼남매’ 염기정·미정·창희, 그리고 조연인 조희선(김로사)·경선·태훈이다. ‘조씨네 삼남매’의 부모님은 오래전 돌아가셨고, ‘돌싱’이자 ‘싱글대디’인 태훈은 두 누나와 함께 딸 유림(강주하)을 돌보며 산다. 태훈은 미정과 함께 만든 ‘해방클럽’에서 본인의 해방을 도모하는 한편, “아무나 사랑해보겠다”는 기정의 해방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아도, 아빠, 동생, 연인, 직장인 등 다면적인 모습을 골고루 보여줘야 하는 ‘생활 밀착형’ 연기가 중요한 인물이었다.

이기우는 “조태훈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저의 역할보다는 태훈의 누나들, 딸, 그리고 기정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태훈 캐릭터 형성의) 100중의 10은 태훈이고 나머지 90은 기정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정 역할을 맡은 배우 이엘과의 연기 호흡도 좋았다.

이기우의 엠비티아이(MBTI)는 외향적 성격을 뜻하는 E로 시작하지만, 극 중 태훈을 비롯한 해방클럽 멤버들은 내향적 성격(I)이 강하다. 해방클럽 첫 모임에서 세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앉는 탁자 대신, 일렬로 앉는 탁자를 선택한다. “마주 보고 앉는 게” “사람을 정면으로 대하는 전투적인 느낌”이라 불편하다는 박상민 부장(박수영)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기우는 “저와 부장님은 말이라도 하는데, 미정은 해방클럽에서조차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말수가 적다. 그래도 멤버들은 다 친하다”며 “해방클럽 멤버 셋이 키, 나이 등이 다 다르니까, 셋을 모아놓고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JTBC 제공
JTBC 제공
‘해방일지’를 써보라는 회사 행복지원센터 담당자 소향기(이지혜)의 제안으로, 해방클럽 멤버들은 자신만의 노트를 만든다. 태훈은 첫 장에 “약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를 쓴다. 태훈이 7회 해방클럽 모임에서 “엄마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저한테 약하다는 느낌이 생긴 것 같아요. 내가 이 느낌에서 해방돼야 내 딸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담담하게 이 문구의 의미를 설명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감독님이 (그 장면 연기를)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백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감정을 빼고 툭툭 나열했는데, 그 방식이 태훈의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한 것 같습니다.”

해방클럽에서 자신의 “약점”이자 “힘겨움의 원인”을 직시한 태훈은, 딸 유림에게도 기정을 좋아하는 이유로 “아빠를 쉬게 해줘”라고 털어놓는다. 기정의 지속적인 ‘추앙’을 받으며, 자신의 약점을 다시 한 번 받아들인다. 미정의 퇴사 뒤 해체됐던 해방클럽은, 29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 ‘리부트’를 예고한다. “어느 날은 좀 된 것 같고, 어느 날은 도로아미타불이지만, 그래도 전혀 없다고는 말 못 하는”(이지혜) ‘해방되기’ 실천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기우는 “해방클럽 강령 중에 ‘정직하게 보겠다’, 속으로라도 스스로에겐 정직하면 된다는 말이 좋았다. 인간 이기우에게도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해방일지> 14회가 방영된 뒤, 이기우는 자신의 SNS에 수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일을 회고하며 “나에게 위로를 주는 이 드라마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고맙기만 하다”고 기록했다. 14회에서 ‘산포 삼남매’의 엄마 곽혜숙(이경성)의 유해 가운데 인공관절이 드러난 장면을 보며, 자신의 옛 기억도 어루만졌다는 것이다. 이기우는 “사실 이번 작품만큼 연락이 오랫동안 뜸했던 친구들에게 연락이 많이 온 건 처음이다. 일반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도 드라마에 공감을 많이 느끼더라”며 “제가 14회 장례 장면을 보며 저와 닿아있는 장면이라고 느낀 것처럼, 시청자분들도 각자 자신의 삶 일부와 닿아있다고 느낀 부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고 했다.

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이기우는 2003년 영화 <클래식>으로 데뷔한 20년차 배우다. 그는 “저를 객관적으로 돌이켜봤을 때, ‘이기우의 인생 캐릭터는 <클래식>의 태수’라는 평가에 스스로도 공감하고, 때로 스스로를 다그치는 부분이다. 20대와 30대를 ‘태수’로 버텨왔다면, 40대에 만난 ‘태훈’이라는 캐릭터는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제시해주는 것 같았다”며 “<해방일지>는 배우 이기우에게 매우 크고 친절한 이정표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을 마치고 나니, 앞으로도 더욱 아무 작품이나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저를 아무도 안 써주면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겠지만 (웃음) 단순히 출연료만 주는 작품이 아니라, ‘인간 이기우’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작품을 하면 좋겠구나.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런 걸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또한 “본인이 해방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겉보기에) 화려하게 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정도의 차를 타야 해’, ‘이런 신발, 이런 가방을 메줘야 해’, ‘여행 가려면 이런 데는 가줘야지’ 같은. 저는 늘 그런 강박이 내 인생에 필요 없는 강박이란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해방일지>를 촬영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제가 그런 강박에서 해방되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걸 깨달았다”고 답했다. 지난해 유기견 ‘테디’를 입양한 그는, 테디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자신의 “쉼표이자 느낌표”라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선후배 정리해고 명단 만드는 인사팀 막내, 그의 눈에 비친 ‘노동’ 1.

선후배 정리해고 명단 만드는 인사팀 막내, 그의 눈에 비친 ‘노동’

아이유 넘어선 아이유…콘서트 이틀간 10만명 ‘신기록’ 2.

아이유 넘어선 아이유…콘서트 이틀간 10만명 ‘신기록’

경이로운 감정의 소용돌이…2D 애니 ‘룩백’ 흥행몰이 3.

경이로운 감정의 소용돌이…2D 애니 ‘룩백’ 흥행몰이

아동 장기·성매매 ‘슬픈 지옥의 묵시록’ 4.

아동 장기·성매매 ‘슬픈 지옥의 묵시록’

‘빌리 엘리어트’ 꿈꿨던 전민철, 세계 빅5 발레단 간다 5.

‘빌리 엘리어트’ 꿈꿨던 전민철, 세계 빅5 발레단 간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