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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구씨 정체 어땠어?] ‘호빠 마담’이면 안 돼?

등록 2022-05-19 14:41수정 2022-05-19 23:39

<해방일지> 손석구 정체 공개… ‘호빠 마담 출신’
“의미 있어” “뜬금 없어” 의견 분분…감성은 깊어져

지난 4월부터 시청자 2~5%(시청률 기준)는 <나의 해방일지> ‘구씨’ 정체를 찾아 나섰다. 드라마 안에서도 밖에서도,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었다. 시청자들은 구씨가 도움닫기까지 하며 멀리뛰기에 성공하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떠올렸다. 누군가한테 쫓기듯 통화하면 “사고 치고 숨어 사는 조직 폭력배”구나 했다. 포털 검색창에서 ‘구씨’를 입력하면 ‘나의 해방일지 구씨 정체’가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다. 

극 중에서 ‘염창희’(이민기)도 구씨 정체를 궁금해한다. 당사자와 주변인한테 끊임없이 묻는다. “이름이 뭐예요?” “옛날에 뭐했어요?” 시청자와 염창희의 마음이 닿은 지점은 구씨가 염미정(김지원)과 ‘추앙의 관계’가 되면서다. 작가는 어떤 관계를 보여주려고 남녀 사이에 ‘사랑’이 아닌 ‘추앙’이란 단어를 붙였을까? 구씨와 관련이 있나? 그의 정체에 갈수록 의미가 부여됐다.

여기에 사연 많은 분위기에 눈으로 말하는 남자, 그래서 지켜주고 싶은 남자, 안 해 줄 것 같은 표정으로 다 해주는 남자, 가끔 귀여운 구씨를 잘 살린 배우 손석구의 매력이 더해져 구씨를 향한 물음표는 갈수록 늘었다. 최근 회차에서 조직 폭력배이고 클럽을 맡았던 과거 정보가 조금씩 드러났다. “에이, 뻔하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난 15일 방송에서 “호스트바 마담 출신”이라는 이력이 추가됐다.

구씨가 호스트바 마담이라니! 마담이구나. 마담이야? 이를 두고 반응이 제각각이다. 드라마에서 잘 안 보이던 직업군이긴 하다. 구씨의 정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남지은·김효실 방송연예 담당 기자가 짚어봤다.

남지은 기자 = 드디어 구씨(손석구) 정체가 밝혀졌다. 지난달 20일 <드라마톡>에서 구씨 정체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구씨’ 정체가 뭘까?…가늠조차 안 된다!) 보통 드라마를 초반 몇회만 보면 뒷이야기가 그려졌는데 <나의 해방일지>는 이야기도, 구씨 직업도 상상이 안 됐었다. 정체를 알고 보니 모르는 게 당연했던 것 같다. 호스트바 마담. 대부분 조직 폭력배 정도는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툭 던지는 걸 잘하는 박해영 작가답게 더 파고 들어갔다.

김효실 기자 = 혼자 살면서 비데를 쓰고, 멀리뛰기를 엄청 멋지게 하고, 목적지를 착각하고 전철역을 잘못 내리고, 추앙하기로 선택하고. 구씨의 특성에서 호스트바 마담 경험을 추가한다고 해서 드라마가 흔들릴 만큼 큰 베일이 벗겨진 것 같지는 않다. 뜬금없는 등장이기는 하지만 호스트바 마담이라는 직업이 구씨 서사에 드라마 전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정덕현 평론가 = 구씨의 절망적인 상황을 위한 작가 선택일 뿐, 그의 직업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처음부터 구씨는 거친 인생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갔다. 조직 폭력배든 범죄자든 호스트바 마담이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직업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의 해방일지>는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틀에서 해방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지은 기자 = 그래도 구씨 정체가 드러나니 이전에는 몰랐던 여러 의미가 보이기도 한다. 구씨 정체를 궁금하게 만든 게 흥밋거리만을 위해서는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정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염미정(김지원)과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도 염창희(이민기)를 통해 시청자들한테 계속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게 아닐까 했다. 정체가 드러나고 보니 구씨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극중 염창희의 마음이 되어 구씨와 염미정을 지켜본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염미정과 구씨의 만남이 불안불안 하면서도 한편으론 예쁘고, 미정의 아버지처럼 구씨가 떠날까 봐 지켜보는 등 식구들의 마음에 동화되어 염미정과 구씨의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김효실 기자 = 구씨는 주요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도 산포 토박이가 아닌 서울 사람(으로 추정됨)이지만, 과거가 ‘어둠의 세계’에 속했던 거로 드러나면서, 서울 안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구씨는 그동안 <나의 해방일지> 세계관에서 무척 공고하게 묘사됐던, 서울-서울 외 지역(산포)의 위계 관계(?)를 흔드는 존재라고도 볼 수 있다. 드라마 초반, 염미정은 “서울에서 살았으면 달랐을까”라는 질문에 딱히 긍정적이지 않았다. 어디에 사느냐, 무엇을 욕망하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구씨의 직업은 그러나 그것이 ‘해방’의 핵심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같다.

정덕현 평론가 =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 구도가 비슷하다. 평범하게 매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을 이질적인 존재인 범죄나 폭력 세계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해방시킨다. 속이 텅 비어있던 존재가 자신보다 더 비어있는 사람을 만나 채워지는 것. 그것이 박해영 작가의 멋이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해방되는 존재는 삼남매여야 한다. 삼남매가 범죄의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 있던 구씨를 통해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 구씨의 변화란, 그 범죄 세계에서 밖으로 나오는 정도일 것이다. <나의 아저씨>에서도 박동훈(이선균)은 이지안(이지은)을 만나 틀을 깨고 나올 수 있었다. 이지안을 일반 사람들과 평범한 삶 속에서 함께 살아가잖아. 마지막에 이르러 박동훈이 이지안한테 묻는 말은 이거다. “편안함에 이르렀냐”고. <나의 해방일지>도 그 세계를 벗어나 사람들 속에 들어간 구씨가 다시 만난 염미정한테 묻겠지. “너는 충분히 해방됐냐”고.

남지은 기자 = 그 멋진 해방을 위해 둘 중 한 사람을 밑바닥으로 내몬 상태에서 시작하는 건 여전히 아쉽다. 박해영 작가의 스타일인 듯하지만, 불편하기도 하다. <나의 아저씨>에서 불만이었던 설정은 박동훈한테 주어진 불행은 아내가 바람 핀다는 정도였다면, 이지안은 아빠 사채 빚을 대신 갚아야 하고, 병든 할머니를 돌보고 그래서 돈을 벌려고 불법을 저지르는 등 너무 많은 불행이 겹쳐져 있었다. <나의 해방일지>도 남녀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맥락이다. 그래서 구씨가 호스트 출신이란 건 염미정한테만큼은 가혹하다. 염미정은 남자한테 빌려 준 돈을 받지 못해 적금까지 깨야 했다. 그러면서 달라는 말조차 시원하게 못하는 답답한 염미정을 채워주고 있는  구씨가, 여성을 상대로 일하는 호스트라는 건....

김효실 기자 =
그래서 염미정이 좀 더 주목받았으면 좋겠다. 드라마의 큰 축이 추앙을 둘러싼 염미정-구씨의 관계성인데, 구씨의 정체가 야금야금 드러나면서 염미정을 향한 주목도가 줄어든 것도 아쉽다. 염미정이 구씨의 구원자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원함으로써 구원받는다는 서사로 봉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씨보다 염미정이 더 궁금하다.

남지은 기자 = 마지막으로 구씨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현실에서도 해방돼야 할 사람이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미니시리즈 남자 주인공이 호스트여서 충격이라는 글을 보면서 놀랐다. 근거 없이. 미니시리즈 남자 주인공 직업이 호스트바 마담이면 왜 안 되나? 명작으로 추앙받는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한석규의 직업은 ‘제비’였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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