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MC인 방송인 송해가 별세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송해길 인근 송해 벽화의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5살을 일기로 8일 별세한 송해는 수많은 대중문화인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의 삶 자체가 한국 대중문화 발전사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친분 여부를 떠나, 연예인·방송인·만화가 등이 그의 별세 소식에 슬픔을 전하는 이유다. 다양한 분야, 여러 세대 예술인들이 <한겨레>에 송해를 향한 마음을 전해왔다.
코미디언 김병만은 “송해 선생님과의 이별은 코미디라는 나라의 리더가 사라진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송해 선생님은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코미디 무대에 오르셨다. 오랫동안 이곳을 지켜온 분이 떠나시니 한 역사가 끝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십여년 전 동료인 이수근과 함께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를 할 때 송해 선생님과 무대에 함께 오른 적이 있다. 그때 나를 알고 계시다는 사실에 기뻤고, 이후 코미디를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배우 김희선은 “<전국노래자랑> 덕분에 아버지, 할아버지같이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킨 부분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현역 최고령 엠시(MC)인 방송인 송해가 향년 95살로 별세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송해길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의 동상 앞에서 명복을 빌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인기 드라마 <빈센조> <열혈사제> 등을 집필한 박재범 작가도 “송해 선생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대중문화 연대기가 끊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송해 선생님은 대중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기억을 통해 우리는 그 시절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떠나시게 돼 과거와 현재를 잇는 끈이 끊어진 것 같아서 더욱 안타깝다”고 비통해했다. <삼시세끼> 등을 연출한 나영석 예능 피디도 “꾸준함과 성실함이 어떤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지 후배들께 몸소 보여준 분”이라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그와 동시대에 활동한 배우 이순재는 송해의 다재다능한 끼를 떠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연극도 하고 극장에서 공연도 하고, 참 다재다능한 분이었어요. 콤비 코미디도 화제였고. <전국노래자랑>은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독보적으로 진행하셨으니까, 대중문화 자산이죠. 마지막으로 무대에 한번 더 못 서보고 가신 게 안타까워요. 무대에서 쓰러지고 싶다는 건, 우리 직종에 있는 사람들의 욕망이니까요. 그래도 당신 하시고 싶은 거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가신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016년 방송된 <한국방송>(KBS1) 특집 ‘송해,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아리랑’ 갈무리.
송해가 56살 때인 1983년에 태어난 슈퍼주니어 이특은 “어릴 때 티브이에서 편안한 진행으로 주말을 웃음과 푸근함으로 만들어주시던 게 기억이 난다”며 “늘 항상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려주실 것 같았던 선생님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먹먹함에 마음이 참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스케줄을 갈 때 케이티엑스(KTX)에서 가끔 마주쳤던 인연이 있다”며 “달려가 인사드리면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시면서 ‘그렇게 오래오래 열심히 해야 한다, 보기 좋아’라고 하시면서 격려해주셨는데, 그 말씀과 선생님의 자취를 평생 마음에 새기겠다”고 했다. 김보통 만화가는 “‘천국 노래자랑’ 사회를 보러 가셨으니 더 많은 분들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정치권에서도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재 미국에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에게는 아프게 또 하나의 시대가 갔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송해 선생님은 일요일 낮이면 대한민국 모든 가족에게 따뜻한 웃음을 주시곤 하셨다”고 전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고인은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무의 나이테처럼 깊어지고 성숙해지는 힘의 원동력임을 일깨워주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KBS1)은 발빠르게 특집 방송을 준비해 고인을 추모했다. 8일 밤 10시 <국민MC 송해 추모특집―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 밤 12시10분 <국민MC 송해 추모특선 KBS걸작 다큐멘터리―송해,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아리랑>(KBS1)을 방송한 데 이어, 오는 12일 <전국노래자랑>도 추모 특집으로 꾸린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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