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릿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그동안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플랫폼과 케이(K)콘텐츠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공존해왔다. 넷플릭스가 지식재산권(IP) 전체를 가져가는 약탈적 플랫폼이라는 시각과 케이콘텐츠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라는 관점이다.
전자는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을 국외 플랫폼에 내주게 되어 ‘국외로 유출’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이를 ‘막아’ 창작자 또는 아이피(IP) 보유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4조8천억원을 공급해 5년간 콘텐츠 업계의 ‘투자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앞장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인 듯싶다.
반면 넷플릭스만큼 매력적인 플랫폼을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는 크리에이터도 다수이다. 넷플릭스는 크리에이터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물론, 통상적인 제작비보다 몇배 더 많은 제작비를 지급한다. 망해도 흥해도 넷플릭스가 감당한다. 게다가 한날 동시에 2억명 넘는 전세계 관객이자 구독자에게 공개된다. 창작자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이피를 주지 않으니 글로벌 흥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와 거래하지 않는 게 나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이다. 문제 제기는 왜 글로벌 플랫폼에 아이피를 넘길 수밖에 없고, 왜 창작자가 제도적으로 추가 수익을 못 받는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영상저작물 제도는 공정한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영상저작물에 관한 특례에 따라, 계약에 특약이 없는 한, 즉 별도 약정을 하지 않는 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과 함께 저작권이 양도된 것으로 추정한다. 출판사의 ‘매절 계약’과 비슷한 관행이다. 왜 이리 창작자에게 불리할까. 충격적이게도 단지 유통의 편리성 때문이었다. 과거 단순한 유통체계에서는 통용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식재산권이 핵심인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저작권 관련 제도는 매우 부실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투자 관점에서 ‘사각지대’를 살피기 전, 현재 글로벌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재규정하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투자를 늘린다고 창작자 지식재산권 정책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책은 정교해야 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학회 등에서 주최하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지원 정책 토론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창작자 보호와 저작권 제도 개선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상 산업 정책은 자국 영상문화산업 생태계 보호와 진흥을 기조로 하되 글로벌 흐름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우리의 우수한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글로벌 유통과 배급을 경험했고, 앞으로 더 많이 거래할 것이기에 국내 제도가 개선되어야 권리도 보호할 수 있다.
케이콘텐츠는 수출 실적의 숫자로 가치 평가하는 단계에서 더 진보하는 중이다. 현지 중심적인, 콧대 높은 미국에서 그들의 플랫폼을 지렛대 삼아 새로운 문화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에미상 13개 부문 14개 후보 지명으로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최근 <에이피티엔>(APTN)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 콘텐츠는) 수출품이라기보다 이제는 전세계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글로벌 콘텐츠 영토의 참여자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콘텐츠는 이미 세계 크리에이티브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 우리 영상저작물을 보호 육성하려면 막연히 ‘자국’ 중심의 민족주의적 접근보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저작권 제도로 개선해가는 일이 우선이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