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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그대를 잊지 않으리

등록 2022-09-25 09:00수정 2022-09-25 09:15

[한겨레S] 빛으로 그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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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이제 가을인가 생각이 든다. 가을 하면 들국화가 생각이 난다. 하지만 들국화라는 이름을 가진 꽃은 없다. 구절초, 쑥부쟁이를 비롯해 벌개미취 등 야생에 피는 국화과 식물을 통틀어 들국화라 부른다. 이름 모를 꽃들을 얘기하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세상 속 존재와 인간의 실존을 탐구한 ‘꽃의 시인’ 김춘수가 지은 ‘꽃’의 일부다. 올해로 김춘수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다. 일본 유학 시절 조선인 부두 노동자들과 어울리다가 불령선인으로 찍혀 구속되어 결국 퇴학을 당하고 추방되었던 그가 전두환 대통령을 찬양하는 헌정시를 지었던 이율배반적인 삶은 문단의 상처로 남아 있다. 1994년 서울에서 열린 어느 모임에서 자신의 국회의원 경력을 두고 후배 시인에게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며 반성과 속죄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잊힌, 한때는 사회지도층이라는 이들이 저질러놓은 수많은 과오들, 그들이 이승과 작별할 때 얼마나 반성을 했을까? 뒤늦게라도 이뤄진 그의 과거에 대한 반성에, 떨어진 꽃 속에 새로운 꽃을 피운 벌개미취의 아쉬운 꽃다발을 바친다. 벌개미취의 꽃말은 ‘그대를 잊지 않으리’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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