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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치의 봄’이 그립다 [ESC]

등록 2023-12-09 06:00수정 2023-12-09 08:30

온 세상이 얼어붙는 계절이 왔다. 지난가을의 화려했던 모습들도 고스란히 얼음 속에 박제가 되었다. 마치 현재 고물가와 경제난으로 얼어붙은 서민들의 가슴과 같다. 지금 힘겨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 위정편에 ‘유치차격’(有恥且格) 이라는 말이 나온다. 법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이 모면하더라도 부끄러움을 모르며, 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리면 부끄러움을 알고 또한 감화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이 처음으로 대통령이 된 한국 정치의 오늘은 어떠한가? 덕치는 고사하고 법치도 찾아볼 수 없다. 덕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동의에 기반한 정치를 지향한다. 아픔과 분노에 공감하는 게 기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본인이 진두지휘했던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자 처음으로 대국민담화를 통해 공식 사과를 했다. 무고한 생명을 살리지 못한 이태원 참사와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려 국민적 분노를 샀던 잼버리 파행에 공식 사과가 없었던 행보와 비교됐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후과를 저울질한 정치적이고 선택적인 사과였다.

대통령은 모든 국정의 최고 책임자다.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자세로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과오를 고백하면 아픔을 겪은 이들에겐 위로가 된다. 표 계산을 넘어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따뜻한 정치의 봄을 그리워하고 있다 .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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