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의 도덕성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피지컬: 100>. 사진은 홍보용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이젠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야 하나.”
<피지컬: 100> <나는 솔로> <불타는 트롯맨>까지 최근 화제를 모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도덕성 논란’이 이어지자, 방송가에서는 이런 푸념까지 나온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비연예인+무명 연예인)이 중심인 예능 형식에서 출연자의 도덕성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최근에는 “그 빈도가 잦고”, “출연자 검증을 나름대로 신중히 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연거푸 터진 것”에 특히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한 케이블 방송사 예능 피디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세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젠 당사자가 ‘자백’하지 않는 이상 완벽한 검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가 뭘 더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능 제작진이 출연자를 검증하는 방식은 과거에 견줘 더 엄격해졌다. 피디와 작가 등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사자 인터뷰로 여러 상황을 확인하던 것을 넘어, 요즘은 제작진이 ‘증거 제출’을 부탁하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 예능 작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출연자가 학교폭력으로 논란이 된 일이 있은 이후 생활기록부를 가져와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혹시 거짓말을 할 경우를 대비해서 계약서에 어떤 조항을 만들어둔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모든 출연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출연자의 도덕적인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을까? 서사를 담은 예능이 인기를 끌고, 스타의 ‘이름값’보다 내용이 중요해진 요즘 콘텐츠 환경에서 비연예인의 티브이(TV) 출연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연자 검증을 프로그램별로 제작진이 개별적인 기준을 세워 하게 둘 게 아니라, 방송사에서 공통적인 가이드라인을 갖고 이뤄져야 한다거나, 출연자가 거짓말을 했을 경우를 대비한 조항을 활용해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등 여러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제작진이 출연자 도덕성 문제를 알면서도 모른 척 눈감았다면 후속 조처는 강화되어야 한다고도 한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껏 출연자 문제가 불거지면 다시보기를 내리는 정도로 마무리가 됐다”며 “프로그램 의미 퇴색을 떠나 가해자가 출연해 인기를 얻게 될 경우 그들한테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피해자를 생각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피지컬: 100>의 한 출연자는 지난 23일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어 수사 중이고, <불타는 트롯맨>과 <나는 솔로>는 각각 폭행 등의 문제를 두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폭로를 한 상태다. 이에 대해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은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고, <나는 솔로> 해당 출연자는 “게시판 글은 사실과 다르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 훼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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