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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분기점 피 마르지만, 장기상영 꿈꿔”…‘다음 소희’의 힘

등록 2023-02-28 07:00수정 2023-02-28 12:03

인터뷰ㅣ제작자 김동하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대표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수연양의 죽음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동하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대표가 말했다. 옆에 있던 정주리 감독도 “진정성을 갖고 잘해보겠다”고 했다. 묵묵히 듣던 수연양의 부친 홍순성씨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저도 좋습니다. 그런데 딸아이 얘기를 영화로 만들면 재미가 있을까요?” 2021년 전주에서의 대화였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홍수연양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다음 소희>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다음 소희>는 김 대표가 처음 제작한 영화다. 2012년 기자를 그만둘 때 막연히 품었던 바람을 10년 만에 이룬 것이다. 2003년부터 <파이낸셜뉴스>와 <머니투데이>에서 10년을 기자로 일해오면서 그는 업계를 몸소 경험하고 경제 저널리즘을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고 싶어졌다.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엔터테인먼트사 아이에이치큐(IHQ)에 들어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며 벤처캐피탈 계열사를 통해 영화 투자 일도 했다.

영화 <다음 소희>의 제작자 김동하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대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영화 <다음 소희>의 제작자 김동하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대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2년생 쌍둥이를 키우다 2015년 아이가 하나 더 생기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진 그는 그해 자신의 회사를 세웠다. 쌍둥이를 뜻하는 ‘트윈’, 막내를 뜻하는 ‘플러스’, 영화인들과의 협업을 뜻하는 ‘파트너스’를 조합해 회사 이름을 지었다. 자신이 이전에 쓴 웹소설 <명동>을 시나리오로 옮겨 영화화하고자 애썼다. 주식시장을 배경으로 돈을 무기 삼아 싸우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대신 <밀정> <군함도> <극한직업> <기생충>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 다른 영화에 소액이나마 투자하면서 수익을 거뒀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벌 때도 있지만 까먹을 때도 많아서 전체 수익은 크지 않다”고 귀띔했다. 경영학 박사 학위를 따고 한성대 미래융합사회과학대학 전임교수로 강의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영화 제작을 위해 책들을 살펴보다 김유철 작가의 <콜24>를 접했다. 홍수연양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다.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도 ‘쉽진 않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노동·여성·취약계층·자살·청년취업·지역소외·세대문제 등 여러 가지가 중첩된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학생과 노동자 사이,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 사이에서 양쪽 모두로부터 소외된 개인의 이야기라고 봤어요. 경계에 선 취약계층이 한없이 무너져내리는 구조를 들여다보고 싶었죠.”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전작 <도희야>(2014)를 보고 ‘소수자 얘기를 잘하는구나’ 하며 점찍어둔 정 감독에게 연락했다. 흔쾌히 수락한 정 감독은 소설과는 상관없이 실화 자체에 대한 기사와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SBS), 르포 책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허환주),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유),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허태준) 등을 참고해 독특한 구조의 트리트먼트(영화 얼개를 정리한 글)를 가지고 왔다. 지금의 완성작처럼 현장실습생 소희가 겪는 이야기의 1부와 형사 유진이 소희의 흔적을 쫓는 과정의 2부로 나눈 구조였다. “주변에선 미스터리 구조나 장르물 등 상업영화 모양새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저는 그 트리트먼트가 마음에 들었어요.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게 아니라 경계에 서 있는 주변인의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도 영화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서였죠. ‘이대로 갑시다’ 했어요.”

정 감독과 <도희야>를 함께했던 배우 배두나가 유진 역에 캐스팅되면서 외부 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 김 대표의 돈 2억3000만원,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제작 지원금 2억7000만원에다 한국모태펀드 등 2개 기관의 투자금 약 10억원이 더해졌다. 그렇게 총제작비 15억원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기대 안 했던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고, 미약하나마 국외 판매도 이뤄져 고무됐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하지만 국내 개봉은 또 다른 문제였다. “대형 배급사 등 여러 곳에 문의했지만, 잘 안됐어요. 결국 개인적으로 알던 배급팀을 통해 직접 배급하게 됐죠. 다행히 2월8일 개봉 당시 500개 넘는 상영관을 잡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일주일 뒤 3분의 1로 줄었죠. 점점 더 줄어서 지금은 얼마 안 되는 상영관을 지키고자 노력 중입니다.”

영화에 대한 호평과 입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개봉 19일째인 26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8만5000여명(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에 그쳤다. 이날 현재 스크린 수는 115개, 상영 횟수는 146회다. “극장이나 대중을 탓하고 싶진 않아요. 미디어와 영화 보신 분들의 호평과 관심에 감사할 따름이죠. 다만 걱정은 모태펀드의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겁니다. 최소 20만 관객은 들어야 부가판권 매출까지 더해 손익분기점을 맞출 텐데, 쉽지 않네요.”

영화 <다음 소희>의 제작자 김동하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대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영화 <다음 소희>의 제작자 김동하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대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래도 여전히 에스엔에스(SNS)에서의 입소문, 단체관람 문의 등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점에서 힘을 얻는다. 영화 덕분에 국회에 계류 중이던 ‘현장실습생 보호법’ 처리에 속도가 붙었다는 소식에 보람도 느낀다. “제작자로서 감사한 일이죠.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규모는 작아도 꾸준히 장기 상영을 이어가고자 배급 차원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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