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저녁 퇴근한 뒤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다음 소희>를 관람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오른쪽)과 박진 사무총장(왼쪽). 사진 인권위 제공
직업계고 현장실습생들의 현실을 조명한 영화 <다음 소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송두환 위원장도 퇴근길 영화관을 찾았다. 인권위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처우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인권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3일 인권위 설명을 들어보면, 송 위원장과 박진 사무총장은 전날(22일) 저녁 서울 용산구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정주리 감독의 영화 <다음 소희>를 관람했다. 지난해 12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인권개선 방안 마련 실태조사’를 진행해
보고서를 내기도 한 인권위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 권고도 준비 중이다. 현장실습생이 안전하지 않은 작업 환경에서 저임금 단순 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 가운데 영화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큰 것을 보고 송 위원장은 퇴근길 영화관에 방문했다고 한다.
영화를 본 송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관객들이 모두 집중해서 침묵하며 지켜보는 묵직함이 인상적이었다”며 “주인공이 마주했던 끝간 데 없이 막막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된다. 많은 시민들이 이 영화를 통해 소희의 죽음을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진 사무총장 또한 “영화 속 소희와 친구들은 춤추는 걸 좋아하는 열여덟 고등학생일 뿐이었는데, 오유진 형사(배두나 역)의 말처럼 아무도 이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현실이 가슴아팠다”며, “영화 제목 <다음 소희>는 우리 사회가 방치했고 지금도 방치하고 있는 많은 ‘소희들’을 떠올리게 해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영화는 2017년 1월 엘지유플러스(LGU+) 고객센터 위탁업체 엘비(LB)휴넷의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전북 전주의 특성화고 3학년 홍수연양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소희는 현장실습생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다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단순 자살로 종결될 뻔 했던 이 사건을 맡은 오유진 형사가 소희의 죽음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파헤친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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