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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양자경, 오스카 여우주연상…아시아 여성 최초

등록 2023-03-13 14:20수정 2023-03-13 15:36

272㎏ 거구로 연기 변신한 브렌던 프레이저, 남우주연상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셸 여. 로스앤젤레스/UPI 연합뉴스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셸 여. 로스앤젤레스/UPI 연합뉴스

“이 시상식은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배우 미셸 여(양자경)가 수많은 장애물을 넘고 마침내 영화의 전당 꼭대기로 올라가 빛나는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아시아계, 여성, 젊음을 벗어난 나이 등 미셸 여가 연기할 기회를 빼앗아 가던 모든 것들이 흰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 그의 발 앞에 초라하게 구겨졌다.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미셸 여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계 여성의 첫 수상이다. 객석에서는 아시아계 여성으로 처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눈물을 글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보다 먼저 같은 작품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제이미 리 커티스와 손을 꼭잡고 여우주연상 수상자 발표를 듣던 미셸 여는 단상에 올라 “오늘 이 시상식을 보는 소년 소녀들이 희망의 불꽃, 가능성이 되기를, 큰 꿈을 꾸고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중간중간 호흡을 가다듬으며 격한 감정을 다스린 그는 “(이 상을)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바친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여기에 있을 수 있다. 그분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영화의 주제의식과 연결되는 소감을 전했다. <에브리씽…>은 미국에 이민 와 젊은 시절의 꿈을 잃어버리 현실에 시들어가는 중년여성 에블린(미셸 여)이 다차원 공간 ‘멀티버스’를 통해 잃어버렸던 꿈과 에너지, 재능을 발휘하는 내용의 영화다. 그는 “여성 여러분, 여러분들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기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홍콩에서 영화 이력을 시작한 미셸 여는 데뷔 초기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 등 액션영화에서 주로 활동했다. 1998년 <007 네버 다이>에 ‘본드걸’로 출연하면서 할리우드로 무대를 넓혔다. 당시 미셸 여가 연기한 본드걸은 섹시한 외모로만 어필하던 이전 본드걸과 달리 격렬한 액션을 선보이며 본드걸에 대한 이미지를 깨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들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영화와 티브이(TV) 시리즈를 오가면서 활동하다 환갑의 나이에 오스카 트로피를 쥐게 됐다. 미셸 여는 “말레이시아에서 시상식을 보고 있을 84살 어머니에게 트로피를 가져다 드리겠다”고 말했다.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lt;더 웨일&gt;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렌던 프레이저.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더 웨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렌던 프레이저.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영화보다 극적인 드라마는 남우주연상 시상에서 먼저 펼쳐졌다. 청춘스타에서 추락해 오랜 기간 스크린에서 사라졌던 브렌던 프레이저가 <더 웨일>로 수상한 것. 강력한 경쟁자인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를 누르고 움켜쥔 트로피였다. 올해 남녀주연상 경쟁은 요 몇십년 새 가장 치열했다. 여우주연상에서도 미셸 여와 함께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이 강력한 수상 후보로 올랐었다.

엉엉 울다시피 하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무대에 오른 브렌던 프레이저는 “세상에! 멀티버스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어두운 터널과 시상식장의 빛나는 환호를 반추했다. 그는 <미이라> 시리즈를 찍으면서 입은 부상으로 잦은 수술과 재활을 거쳐야 했고, 영화계 고위 인사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이후 출연 기회를 잃고 점차 스크린에서 사라져 10년 넘는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그는 영화의 바탕이 된 연극 원작자 새뮤얼 헌터와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하며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까지 헤엄칠 수 있는 고래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것들을 이뤘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 자신을 세계적 스타로 만든 <미이라> 시리즈를 떠올린 듯 그는 “30년 전 영화계에 뛰어들어 활동할 때는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 지금 인정해주신 것에 무척 감사드린다”며 “바다에 다이빙을 한 뒤 다시 공기가 있는 물 위로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누구보다 멋진 재기를 이룬 데 대한 소회를 밝혔다.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셸 여(왼쪽)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렌던 프레이저.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셸 여(왼쪽)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렌던 프레이저.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더 웨일>에서 브렌던 프레이저는 가족을 버린 죄책감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에 괴로워하며 스스로를 방치하다가 272㎏의 거구가 되어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대학 강사 찰리를 연기해 호평받았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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