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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36년 전 영화 ‘위험한 정사’ 다시 보니…불륜남 책임만 쏙 빠졌네

등록 2023-06-17 10:00수정 2023-06-17 11:21

[OTT 충전소] 파라마운트플러스 공개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아무리 명작이라도 수십년이 지나 보면 의아한 경우도 있다. 1987년 개봉한 영화 <위험한 정사>는 36년이 지나서 봐도 명작이다. 전개도 빨라 지루하지 않다. “저게 말이 돼?”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명장면은 물론, 오페라 <나비 부인>과 연결지어 복선을 깔아놓는 등 지금 기준에서도 세련된 설정이 많다. 그동안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잘 없었는데, 드라마 버전이 나오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파라마운트플러스에서 지난 8일 영화도 함께 선보였다.

<위험한 정사>는 변호사 댄(마이클 더글러스)이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출판사 부편집장 알렉스(글렌 클로스)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비를 피해 함께 커피를 마시다가 욕망에 충실하게 된다. 알렉스는 자고 일어났더니 댄이 집에 가고 없자, 전화를 해서 나오라고 하고, 댄은 거절하다가 이에 응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이들은 감정에 솔직했을 뿐이고, 댄은 알렉스가 좋지만 유부남으로서 더 만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린다. 그런데도 알렉스가 집요하게 매달린다는 점을 강조한다. 함께 밤을 보낸 뒤 “가족과 행복하다”는 댄의 말에 “그런데 왜 지금 여기에 있느냐”는 알렉스의 대답은 모든 여자들이 묻고 싶은 말이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영화 개봉 당시에는 댄에게 집착하는 알렉스를 ‘나쁜 여자’로만 봤다. 실제로 영화에서 알렉스의 댄을 향한 마음은 가짜 사랑처럼 보인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망하는 등 여러 이유로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서는 행동이 많다. 댄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차를 망가뜨리고, 집에 찾아가는 식의 위협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당시 정신과 의사들이 알렉스의 성격을 ‘경계성 인격장애’에 가깝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시선에서 보면 영화는 댄과 알렉스 그리고 댄의 아내를 그리는 방식에서 불편한 점은 있다. 알렉스와 함께 잘못을 한 댄은 문제 해결의 마지막 단계에서 쏙 빠지게 된다. 불륜을 책임지려는 자세는 없다. 알렉스는 영화에서 임신을 한다. 영화는 알렉스를 댄의 아내 손에 죽게 만들고, 댄은 다시 아내 품에 안긴다. 수전 팔루디의 책 <백래시>를 보면, 이는 당시 미국 대중문화에서 싱글 여성을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묘사하는 분위기와 관련 있다고 한다. 원래 결말도 알렉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인데, 시사회에서 공개된 뒤 관객 반응이 좋지 않아 아내가 알렉스한테 총을 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어떤 의미에서 ‘상징’적인 작품이다. 1986년 영화법 개정으로 외국 영화사에서 국내에 직접 배급한 첫 영화다. 1988년 개봉 당시 국내 영화인들이 이에 반대하며 영화관에 뱀 네마리를 푸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글렌 클로스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과 여우조연상을 두고 경쟁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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