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부모단체 소속 학부모들이 공공도서관들에 젠더·성평등·인권 등을 다룬 어린이·청소년 책의 “열람 제한 및 폐기”를 요구하는 민원 활동을 벌이는 데 대해, 출판단체들이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 요구”로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 자료사진
일부 학부모단체 소속 학부모들이 공공도서관들에 젠더·성평등·인권 등을 다룬 어린이·청소년 책의 “열람 제한 및 폐기”를 요구하는 민원 활동을 벌이는 데 대해, 출판단체들이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 요구”로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입장 자료를 내어 “문제 제기된 도서들은 도서관 전문인력인 사서들에 의해 선정 및 관리가 되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문제없이 전국의 도서관에 대출이 되고 있는 도서로서 사회적 공동의 가치와 유익을 훼손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도서들을 유해도서라 명하고 접근을 제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도서관과 사서에게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특정 분야의 도서를 제한한다는 것은 문화다양성을 저해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라고도 지적했다.
단행본 출판사 중심의 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도 이날 입장 자료를 내 해당 민원은 “국민에 대한 자유로운 도서 제공의 의무와 권한을 가진 도서관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며, “출판 자유를 침해하거나 저작자 권리를 훼손할 수 있는 무분별한 도서 열람 제한 및 폐기 처분 민원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특정 주제 도서의 열람이 제한될 경우 해당 주제와 관련한 저자들의 창작 의욕이 하락하고 결과적으로 출판 다양성마저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충청 지역 도서관들은 ‘열람 제한 및 폐기 처분’ 민원들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어린이·청소년 책 117종의 목록을 만들어, 간행물윤리위원회와 출판 단체들에 이 책들의 유해성 여부 또는 출판 과정의 적합성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해당 책들을 보면, ‘10대를 위한 성교육’ ‘어린이 페미니즘 학교’ ‘달라도 친구’ 등 젠더 이슈나 성평등을 다룬 책들이 대부분이다. ‘꽃할머니’처럼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담은 ‘평화 그림책’ 등도 포함됐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