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삼섬동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으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2024년도 예산안에서 한 해 60억원 규모로 운용해온 ‘국민독서문화 증진지원’ 사업이 통째로 사라지는 등 ‘책 읽기’ 관련 예산이 뭉텅이로 삭감돼 “책 읽지 말라는 정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과사회연구소,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등 독서·출판·작가 단체들은 5일 성명을 내어 “최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에서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 예산 59억8500만원이 전액 삭감됐을 뿐 아니라 이 사업에 부여된 예산코드(1433-308) 자체가 폐지됐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는 국민독서문화증진을 위한 지원은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을 예산안을 통해 표명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는 ‘책은 읽지 말라는 정부, 독서는 진흥하지 않겠다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국민 독서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역대 정부들은 ‘국민독서문화증진’이란 이름 아래 다양한 ‘책 읽기’ 사업을 지원해왔다. 문체부 올해 예산에는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항목으로 59억8500만원이 잡혀 있는데, 이는 영유아들에게 책을 지원하는 ‘북스타트’, 이동식 도서관인 ‘책 체험버스’, 독서모임을 지원하는 ‘독서동아리 활동’, 연중 캠페인인 ‘책의 해’ 행사 등 다양한 현장에서 독서 지원 사업에 쓰여 왔다.
그러나 이들 단체가 분석한 내년 문체부 예산안을 보면, ‘국민독서문화 증진사업’이란 항목 자체가 없어졌다. ‘독서대전’, ‘지역독서대전’, ‘책읽는도시협회지원’ 등 일부 사업들만 ‘지역문화사회 기반 책읽기 수요창출’이란 신규 항목에 포함됐는데, 예산은 10억원가량이다. 체육기금을 활용하는 독서 관련 사업인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2억원가량)을 포함해도, 2024년도 예산안에서 독서 관련 예산은 전체 12억원 규모에 그친다. 이들 단체는 올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독서문화팀 운용 예산이 전체 114억원 규모였다는 점을 들어, 단체들은 “전체 114억원 규모의 독서 관련 예산이 10분의 1로 쪼그라들어 12억원 남은 것”이라 주장했다. 청소년들에게 도서교환관을 지원하는 ‘청소년 북토큰 지원’(2023년 예산 34억원), ‘책 읽는 사회 문화기반 조성’(2023년 예산 15억원) 등 다른 항목에 포함되어 있던 독서 관련 지원 사업들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건전재정’ 기조 아래 제도적으로 꼭 지속해야 할 사업들만 남기게 된 것”이라며 “‘국민독서문화 증진’의 경우 지자체·도서관·부처 등에서 진행하는 다른 사업들과 유사·중복된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에선 ‘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8억원), ‘지역출판산업 육성’(2억원), ‘파주출판단지활성화지원’(14억원), ‘영세출판 창작 및 경력자 재취업 지원’(11억원) 등도 폐지 또는 일부 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디지털 도서 물류 지원’(12억원), ‘소외계층 전자책 접근성 제고’(14억원), ‘중소출판사 성장도약 지원’(30억원) 등이 새로 생겼고, ‘출판 수출 및 인력양성 지원’이 77억원 규모로 이전보다 커졌다.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만 19살 이상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중 한 가지 이상 읽거나 들은 비율)은 47.5%다. 이들 단체는 “독서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 독서 진흥정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에도 내년도 독서 예산을 전폐에 가깝게 삭감한 처사는 부당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반드시 예산 복원을 통해 책 읽는 사회를 앞장서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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