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사진관
시월이다. 고추가 붉게 익어간다.
가을이면 하나하나 따고, 닦고, 햇빛에 널어 말리고, 저녁이면 방으로 옮겨 정성스레 펼쳐 다시 말려야 하는 것이 고추이다.
몇 번을 더 어루만져야 할지 모른다.
손길을 주고 마음을 쏟아야 먹을거리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해마다 고추는 같은 색으로 붉어지지만 고추 말리는 할머니는 작년 같지 않다.
굽은 허리는 더 굽어가고 흰머리는 더욱 희어져 가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인가 보다.
올가을 붉은 고추는 할머니 흰머리에 자꾸 묻힌다.
붉은 고추가 희게 물드는 시월이다.
글·사진 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