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사진가 엘리엇 어윗(89)은 해학이 넘치는 사진을 많이 찍었고 또 그의 사진에 걸맞게 재치 있는 어록도 많이 남겼다. “나는 프로라기보다는 아마추어 사진가다. 그런데 내 생각에 나의 아마추어 사진이 (프로의 사진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사진 찍기는 대단히 간단한 행위다. 사진엔 심오한 비결 따위는 없다. 사진학교는 쓸데없는 곳이다.” “사진은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엘리엇 어윗도 대학교에서 사진과 영상을 전공했다. 배우고 나서야 배움이 별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사진은 머리로 찍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초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진을 배우고 싶어한다. 또 다른 이유로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도 있다. 단순히 사진의 기술과 기능을 배운다기보다는 사진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데 혼자서 접근하기가 막막하기 때문에 모임을 찾아 나선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사진기술을 배우러 갔다가 자기 치유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어떤 목적이든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해 어디서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비교적 많이 알려졌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사진 배움터를 몇 곳 소개한다. 꿈꽃팩토리, 바람의 눈, 강재훈사진학교, 달팽이사진골방 등의 커리큘럼과 특색을 살펴본다. 대부분의 사진배움터에서 사진 교육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전 혹은 단체전으로 연결되어 작품 발표를 하고 있었으며 사회공익사업으로까지 연결하는 곳도 있었다. 이들이 추구하는 사진의 내용도 단순한 취미 수준을 넘어서 사회적인 의미를 담는 경우가 많았다.
“꿈 찾고 밝은 세상 만드는 초석”
꿈꽃팩토리=꿈꽃팩토리는 사진가 성남훈씨와 함께 사진을 배우고 찍고, 사진으로 공익적인 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2012년 3월에 1기가 서울 관악구 밤골마을에서 ‘밤골마을 공동체 사진아카이브’ 작업을 처음 시작했다. 사진 교육은 총 1년6개월짜리 코스로 정해져 있는데 첫 1년은 사진교육과 더불어 공동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한다. 성남훈씨는 “사진 초보라 하더라도 두달 정도만 교육을 받고 나면 바로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이 끝나면 6개월짜리 마스터클래스가 시작된다.
공동작업은 오래된 동네를 기록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와 지역 어린이 사진교실 등 여러 가지 공익적인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꿈꽃팩토리는 그동안 서울 동작구 밤골마을 공동작업, 엔지오(NGO)인 희망브리지와 함께 시리아 난민 삶 기록, 기아대책기구와 함께 남미 인디오의 삶 기록, 천안 원도심 아카이브 작업 등을 해왔으며 올해엔 청계천 기록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꿈꽃팩토리 사진 수업은 해마다 8월에 수강신청을 할 수 있으며 10여명 안팎의 인원으로 운영된다. 매주 목, 금요일 저녁에 강남역 1번 출구에 있는 미진프라자 22층 스페이스22에서 수업하고 한달에 3주간 진행한다. 문의
kyunoo79@naver.com (총무: 010-5040-2100)
강재훈사진학교와 포토청=1998년에 첫 번째 강의를 시작한 강재훈사진학교는 햇수로 만 20년째, 현재 62기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수료생이 1000명을 한참 넘어섰다. 여기 출신으로 사진작가,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강재훈사진학교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 개설되어 있으며 매주 토요일에 강의가 진행되고 19주짜리 프로그램이다. 강재훈사진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포토청 회원이 될 수 있다. 포토청은 매년 초 회원들이 모여 토론을 거쳐 그해의 공동작업 주제를 선정하고 연말에 전시회를 연다. 올해는 오는 1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흰>이라는 주제로 단체전을 열 예정이다.
포토청이 그동안 열었던 전시의 성격을 보면 개인적인 흥미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과 2014년의 테마는 ‘서울의 경계에서’였다. 서울의 끝없는 개발과 확장에 따라 밀려나고 변화하는 경계에 대한 기록이다. ‘마이너리티’, ‘여자’, ‘우리는 촛불을 들었다’ 등의 테마도 역시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는 내용이었다.
<한겨레> 사진부 선임기자이기도 한 강재훈씨는 “강재훈사진학교와 포토청이 표방하는 사진 공부는 사진을 통해 ‘밝은 세상을 만드는 초석이 되기’ 또는 ‘사진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기’ 또는 ‘내가 찍는 사진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착하게 변화시키기’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포토청 홈페이지(www.photochung.net/) (회장: 010-7196-0508)
“나만의 시각으로 담아내기 고민”
바람의 눈=2011년에 맹금류 사진전문가인 김연수씨의 사진전 ‘바람의 눈’을 계기로 모인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바른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사진학교 바람의 눈이 탄생됐다. 기초반, 중급반, 다큐멘트반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1년 과정이다. 순서에 따라 들어갈 수 있으나 기초반을 건너뛰고 싶다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강사와 상의하여 결정할 수 있다. 다른 사진학교와 마찬가지로 이론 수업과 정기적인 야외 출사 수업을 병행한다.
김연수씨는 “사진을 찍는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담아낼지 함께 고민하며 길을 찾는 과정”이라고 바람의 눈을 소개했다. 올해 6기를 배출하는 바람의 눈은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 마포구 토정로에 있는 갤러리 초이에서 졸업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문의
dsclch7@naver.com (총무: 010-6392-7079)
달팽이사진골방=2010년부터 첫걸음, 두걸음, 긴걸음이라는 과정의 사진수업을 진행해왔던 임종진씨는 앞으로는 달팽이사진골방이라는 이름 하나로 강좌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개인수업 1회, 전체수업 1회로 한달에 두번 수업을 하고 종료 없이 꾸준히 이어지는, 특별한 형식의 강좌다. 3개월 단위로 드나들 수 있고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하는 것도 가능한 공동체적 수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심리적 회복을 돕는 일에 몰두해온 임씨는 2018년엔 자기존중감과 자기 이해를 위한 치유적 사진강좌는 별도로 만들 계획이다. 문의 www.facebook.com/baramsoree (작가: 010-4155-9310)
“물꼬를 터 주는 것이 사진교육”
울산 신화마을에 산신령경로당 사진학당이 있다. 한달에 3회씩 6개월 18회 수업의 사진강의를 하고 있다. 매주 5점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진을 제출하는 방식인데 첫 두달은 주제를 찾고 다음 두달은 주제를 정해 사진을 구성하며 마지막 두달은 사진 선정과 편집을 통해 각각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문의 박태진
sansinryung@naver.com (작가: 010-3858-8848)
구미에 금오산 카페 숨이 있고 ‘사진으로 호흡하기’라는 이름의 사진교육이 있다. 초급반은 카메라 작동부터 공부하고 중급반은 스트로보, 인물, 스튜디오 촬영 등의 실기를 위주로 수업한다. 고급반은 전시 및 출판을 목적으로 인문학, 사진보정, 콘셉트사진 촬영 등을 실습한다. 문의 김영권
kyk7k@naver.com, 054-452-5830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포토스페이스 중강이 있다. 2001년부터 사진교육을 하고 있는 사진가 문진우씨는 일반출사반과 포트폴리오반을 운영하고 있다. 3개월 단위로 등록을 하게끔 되어 있으나 졸업의 개념은 따로 없고 꾸준히 하든 중간에 쉬었다 하든 택할 수 있다. 완전한 초보를 지도해 개인전까지 열어준 사람이 10명을 넘는다고 한다. 문씨는 “물꼬를 터 주는 것이 사진교육”이라고 말했다. 연말에는 회원들이 정기전을 열고 연초에는 기획전을 연다. 2017년 초에는 <묘한 풍경, 멍한 풍경>을 열었다. 문의 문진우
moon-051@hanmail.net (작가: 010-4556-1058)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