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청와대사진기자단
“저는 이번에 두 번이나 분단의 선을 넘어 여기 남쪽으로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척인 평양과 서울의 거리가 서로 너무도 먼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11일 저녁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공연이 끝나갈 무렵 무대 위로 깜짝 등장했다. 검정색 투피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현 단장은 “강릉에서 목감기가 걸려 상태가 안 좋지만 그래도 단장인 제 체면을 봐서 다른 가수들보다 조금 더 크게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이내 ‘백두와 한나(라)는 내 조국’을 선창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비롯해 남북한 주요 인사들이 지켜본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지난 8일 열렸던 강릉 공연과 달리 남북 합동 무대가 이어졌다. 레퍼토리는 강릉 공연과 비슷했다. 7시4분에 시작된 서울 공연은 ‘반갑습니다’로 시작해 ‘사랑의 미로’ 등 남한 노래 메들리와 ‘카르멘 서곡’ 등 클래식 명곡을 선사했다. 관현악 공연이 끝나고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힘껏 박수를 치자 문 대통령 오른쪽에 앉아 공연을 함께 보던 김여정 부부장이 흐뭇한 모습으로 대통령 쪽을 돌아보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공연 중간중간 문 대통령에게 공연에 대해 설명을 하는 듯한 짧은 대화를 하곤 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공연을 보면서 연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은 현 단장이 노래를 마쳤을때 앵콜을 외쳤고, 김 부부장은 신기한 듯 쳐다보며 미소를 띄웠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곡에서 이뤄진 남북 합동 무대였다. 공연 말미에 ‘다시 만납시다’ 노래를 끝낸 여성 중창단이 손짓하자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서현이 등장했다. 흰 원피스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서현은 북한 여가수와 손잡고 이날의 피날레 곡인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객석의 기립 박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현과 단원들은 포옹을 나누며 귓속말을 속삭이기도 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소녀시대 서현과 함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도 함께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공연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황현산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소설가 황석영, 시인 신달자,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 각계 인사들과 추첨을 통해 당첨된 1000명 등 총 1550명이 이날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을 본 신달자 시인은 “그동안 너무 멀었던 통일이 바로 앞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며 “통일이란 두 자에 엉켜 있던 실타래를 이런 식으로 풀면 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손진책 공연 연출가도 “음악은 이미 통일이 돼 있더라”며 “북쪽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많이 공연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8일과 11일 이틀간의 공연을 마친 삼지연관현악단은 12일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간다. 지난 6일 만경봉 92호를 타고 북한 원산항을 출발해 동해 묵호항에 도착했던 이들은 방남 엿새 만에 복귀하게 됐다.
김미영 기자, 서울공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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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평창을 평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