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마무리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2월 26일 아침 강원도 강릉시 강릉올림픽선수촌을 버스로 떠나며 남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가장 울컥했던 장면은 대회 종료 다음날인 2월26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이별이었다. 한달간 한솥밥을 먹으면서 정들었던 양 팀 선수들은 울며 서로 껴안은 채 떨어질 줄 몰랐다.
그런데 북한으로 돌아간 선수들은 한 가지 서운함을 안고 있었다. 올림픽 경기에서 신었던 스케이트화를 갖고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선수들한테 준 것을 어떻게 뺏냐? 정말 이 짓만은 인간적으로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북한 선수단도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받아들였다고 한다.
애초 북한 선수 12명을 위한 스케이트화와 스틱, 장갑, 헬멧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원하기로 했다. 물품 도착이 지연될 것을 예상한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30만원 상당의 스케이트화를 북한 선수들이 도착한 1월25일 저녁 미리 제공했다. 선수들은 보통 새 스케이트화에 길을 들이기 위해 3~6개월간 연습훈련 때만 신는다고 한다. 북한 선수들은 딱딱한 가죽신을 신고도 아픈 내색 없이 뛰어 남한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
국제올림픽위가 제공한 스케이트화 등 장비는 올림픽 개막 전날 도착했다. 유엔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대북 제재의 예외로 두고 있다. 남북 단일팀 구성은 평화올림픽의 상징이었고, 북한을 정치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 기폭제였다. 이 장비를 북한 선수들이 출국할 때 주면 됐다. 하지만 미적대다가 최근에야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발매되는 <한겨레21>에는 평양에서 만난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사진과 이야기가 실린다. 이들은 “남한 선수들을 다시 보고 싶다” “이번엔 평양에서 보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체육교류협정을 끌어낸다면 좋겠다.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단일팀 선수들을 더 자주 볼 수 있길 바란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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