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감독의 성희롱에 대한 폭로도 나왔다. 22일 영화계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이 최근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면서 무대 인사와 언론 인터뷰 등 영화 홍보 일정에서 전면 배제됐다. 배우 지망생 ㄱ씨는 지난 8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미투’ 해시태그(#)를 달아 지난해 12월18일 조 감독이 연출하는 뮤직비디오 출연을 위해 조 감독과 일대일 면접을 하는 과정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ㄱ씨는 조 감독이 당시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배우 준비하는 애들 널리고 널렸고 다 거기서 거기다.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해서 조연으로 남느냐, (감독을) 자빠뜨리고 주연을 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영화라는 건 평생 기록되는 거야, 조연은 아무도 기억 안 해” 등의 말을 했다고 적었다. <흥부> 제작사 관계자는 “<흥부> 개봉 일주일 전쯤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돼 곧바로 조 감독을 만났고 모든 홍보 일정에서 배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언론 인터뷰 역시 9일부터 전부 취소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26년>(2012), <봄>(2014) 등을 연출했으며, 밀라노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는 등 다수의 국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문화예술계에서 #미투 열풍이 거세지면서, 용기를 낸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 역으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최희서씨는 ‘#Me Too #With You’(미투 위드유)라는 해시태그를 적은 손바닥 사진을 21일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렸다. 그는 “(성추행 관련 이야기를) 수년 전 지인들로부터 들었지만, ‘미쳤나봐 진짜야’ 정도로 반응하고는 남 이야기로 잊어버린 제 자신이 부끄럽다”며 “미투 운동에 대해 응원의 목소리를 싣지 못한 점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배우 김지우씨도 에스엔에스에 ‘ME TOO’(미투)라고 쓴 손바닥 사진과 성폭력에 둔감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엠비시탤런트극단 배우들은 22일 연극 <쥐덫> 공연 직전 무대에 올라 #미투 #위드유 지지를 선언해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곧 지지 영상도 찍어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예술대학교 총학생회는 21일 성명을 내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오태석 서울예대 교수(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 대표)의 해임·퇴출과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고, 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하는 모임인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는 25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 집회’를 열기로 했다. 젊은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은 22일 성명을 내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정보 지원을 위해 법조인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유선희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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