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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예술위 ‘봉고차 출장’ 보고… 매주 ‘블랙리스트’ 챙긴 문체부

등록 2018-05-08 18:59수정 2018-05-08 23:20

-문체부 블랙리스트 최종 조사결과-
문체부, TF 외에 예술위 간부 불러 현안 점검
권영빈 전 예술위원장 직원들한테
박근형 연출 포기 각서 지시 드러나
예술위원들 ‘공작’ 보고받고도 함구

피해자 8931명·피해기관 342곳 집계
간행물윤리위 폐지·국가예술위 설립 등 권고
신학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블랙리스트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신학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블랙리스트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봉고차 회의’는 악몽 같았다.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간부들은 2015년 4월부터 2016년 연초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승합차를 타고 세종시로 향했다. 7~8명이 한차를 타고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 도착하면,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이 주재하는 꺼림칙한 회의가 기다렸다. 공모사업에서 지원을 배제할 예술가들의 블랙리스트 명단이 잘 실행되는지 보고, 점검하는 자리였다. 올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위해 예술위 간부들을 면담한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정말 힘들었다고, 비참하게 끌려다녔다고 털어놓더군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신학철·이하 조사위)가 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자회견에서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최종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13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문체부는 청와대 지시 아래 ‘건전콘텐츠 활성화 티에프(TF)’를 만들어 블랙리스트 지침을 실행했는데, 그 뒤 2015년 4월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는 예술위 간부들을 매주 세종시 청사로 불러 문체부와 함께 현안점검회의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현안점검회의는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이 주재하는 가운데, ㅇ사무관이 창구 구실을 맡아 청와대 등의 지원배제 지침을 하달·조정했고, 예술위의 사무처장, 본부장, 현안 관련 부서장 등 간부가 참석했다. 조사위 쪽은 “먼저 활동했던 문체부 건전콘텐츠 티에프가 ‘문화예술생태계 진흥 세부실행계획’ 등을 상당 부분 마련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2015년 봄부터는 ㅇ사무관이 내놓는 지침을 중심으로 지원할 예술가의 정치적 성향 검증과 배제작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블랙리스트 지침 실행 이후 예술위 운영은 난장판이 됐다. 권영빈 전 예술위원장은 2015년 청와대의 사전 배제 지시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이 지원사업으로 뽑은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에 대해 직원들에게 박근형 연출가의 연출 포기 각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위법 논란이 일자 직원들은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했으나, 조사위가 파악한 결과 이들은 청와대, 문체부와 미리 짜고 위증을 했고, 내부 감사보고서도 ‘직원들이 자체 판단한 것’으로 조작된 사실이 밝혀졌다. 청와대는 2016년 연극협회장 선거에도 개입해, 예술위원 ㅈ씨가 회장 출마를 위해 블랙리스트 배제 단체를 줄여달라고 하자 명단을 일부 축소해 당선을 돕는 공작을 벌였다. 2015년 6월 예술위 회의에서는 한 간부가 ‘힘들다’며 블랙리스트 실상을 실토했으나, 위원들은 계속 함구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4년 홍성담 작가가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하려던 <세월오월>의 전시 금지뿐 아니라 비엔날레 국비지원 재고와 축소 경고를 지시한 사실이 청와대 회의 자료로 밝혀졌다. 송승환 평창올림픽 예술감독이 김종덕 전 장관 지시로 안애순 안무감독을 교체하고, 용호성 현 주영한국문화원장이 청와대 행정관 시절인 2014년 영화 <변호인>의 파리 한국영화제 출품 배제를 지시한 사실 등도 추가로 확인됐다. 조사위는 “지난해부터 블랙리스트 관련 사건 144건을 살펴본 결과 피해자·피해단체는 8931명, 342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문체부 예술정책 기능 분리, 간행물윤리위 폐지, 국가예술위원회 설치 등을 권고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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