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30선에 <복수는 나의 것> 등 4편을 올린 박찬욱 감독이 한국영화 대표 감독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선정위원 33명에게 각각 5명씩 추천받은 결과 박찬욱 감독은 총 30표를 얻어 봉준호 감독(27표)을 따돌렸다.
박 감독은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20여편의 장·단편 영화를 연출했다. 이수남 더타워픽쳐스 대표는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의 성공에 이어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으로 이어진 박찬욱의 작품세계는 한국적이기보다 무국적의 향기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30선 중 1위로 꼽힌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 감독은 “한국형 장르를 만든 창시자”(허남웅 영화평론가)로 불린다.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부터 최근작 <옥자>까지 다양한 영화를 빚어낸 그의 팬층은 이른바 ‘빅3’ 감독 가운데서도 가장 두텁다.
신작 <버닝> 개봉을 앞둔 이창동 감독은 21표로 3위를 차지했다. 1997년 <초록물고기>로 데뷔한 뒤 <버닝>까지 20여년간 만든 영화가 6편에 불과하지만 모든 작품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수남 대표는 “시류를 타지 않고 늘 인간의 본질에 대해 집요하고도 깊이 있게 질문을 던진다”고 그를 평가했다.
4위와 5위는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위상이 높은 홍상수 감독(18표)과 척박한 한국영화 환경 속에서도 노장의 뚝심을 보여준 임권택 감독(12표)이 차지했다. 이밖에 10위권에는 장선우(6표), 나홍진(6표), 임순례(4표), 이명세(4표) 감독이 꼽혔으며, 다큐멘터리 감독으로는 유일하게 <상계동 올림픽>을 만든 김동원 감독(4표)이 순위에 들었다.
김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