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운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 이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던 문체부 소속 공무원과 전직 공공기관장 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12명에게 ‘주의’ 처분을 주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는 당시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 131명(수사 의뢰 26명·징계 105명)에 대한 책임규명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중 문체부 소속으로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이들은 수사의뢰 권고 24명, 징계권고 44명이다. 이번 문체부의 결정은 진상조사위의 판단과 달리 징계 대상자가 대폭 줄었고 문체부 자체 징계 또한 법적 책임 없는 주의에 그쳐 엄정한 처벌을 요구해온 문화예술계에선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문체부가 수사의뢰한 7명 중 2명은 김세훈 전 영화진흥위원장, 박명진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고, 나머지 5명은 문체부 소속 현직 공무원이다. 문체부가 수사 의뢰한 공무원 5명 중 3명은 재외 문화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어, 외교부와의 협의를 거쳐 조기 복귀시킬 계획이다.
문체부는 또 애초 진상조사위가 징계의뢰를 권고했던 44명 중에서 과장급 이상 간부 10명, 수사의뢰 권고를 받았던 2명 등 모두 12명에 주의 처분을 내리고, 5급 이하 중하위직 실무자 22명은 상급자의 지시를 따라야 했던 점을 고려해 징계 없이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이미 징계를 받거나 기소된 이들 12명도 징계에서 빠졌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받은 이들에 더해 이번 추가 조처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징계를 받은 문체부 관련 인사는 모두 48명이다.
황성운 문체부 대변인은 “블랙리스트 실행 가담 정도, 퇴직, 지난해 감사원 감사처분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면서 “외부법률전문가 5명이 포함된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준비단에서 법리검토를 거쳐 이행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예술계에선 “사실상 징계를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진상조사위 제도개선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진상조사위 권고 내용에 비춰봤을 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면서 “이번에 44명의 징계 대상 권고에도 불구하고 문체부 주의 조처를 받을 직원은 12명이라는 결과에 동의할 국민과 문화예술인이 있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다른 인사도 “문체부가 문화예술계와 소통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관료주의를 감싸고 도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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