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내용은 좋지만 시청률은 낮은 작품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28일 시작한 드라마 <남자친구>(티브이엔)가 1회 8.7%(닐슨코리아 집계)로, <티브이엔> 역대 드라마 중 두 번째 성적(1회 기준)을 냈지만, 수치가 무색하게 진부하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남자친구>는 호텔 대표인 차수현이 평범한 청년 김진혁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하반기 화제작으로 관심을 끌었다.
기대 속에 방영된 1회에서는 뻔한 전개에, 진부한 설정이 난무했다. 차수현의 차가 사고 나고, 하필 거기에 김진혁이 앉아 있고, 자려고 수면제까지 먹은 차수현이 하필 그때 산책이 하고 싶고, 하필 거기에 또 김진혁이 있는 등 예상 가능한 설정과 우연이 반복된다. 2회에서는 ‘예상했듯이’ 차수현의 호텔에 김진혁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다. “추억까지 구입할 순 없잖아요” 등 대사도 작위적이고, 기대했던 박보검과 송혜교도 1회에서는 어우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남녀 주인공에게 얼마나 몰입하느냐가 관건인 멜로드라마 특성상, 회를 거듭하며 감정선이 깊어지면 배우들의 무게감만으로도 모든 아쉬움이 상쇄될 수 있다는 기대는 남아 있다. 모처럼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멜로드라마가 등장했다는 점도 반등의 열쇠로 보인다. 쿠바의 첫 만남을 다룬 1회를 지나, 2회부터는 두 사람이 한국에서 재회하고 이후 가까워지는 과정이 전개된다.
■ 유선희 기자 “몇 살일까? 청포도 같네”, “마법에 걸린 걸로 해두죠” 시작부터 ‘오글오글’ 대사가 넘쳐난다. 좀 오글거려도 감정이 듬뿍 실려 설렘이 앞선다면 큰 문제 없겠지만, 연기 대신 국어책을 읽는 송혜교·박보검을 보고 있자니 있던 설렘도 ‘안드로메다행’이다. 우연을 가장한 작위적 설정의 연속은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냐?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고? 아니 우연이 반복되면 개연성 상실이지. 이국적인 쿠바 아바나 전경은 그나마 볼만하더라.
안 볼래.
■ 윤석진 대중문화평론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만들어내는 사랑을 역동적인 색채감으로 형상화한 멜로드라마가 좋다. 차수현의 남자친구가 되기 위해 어떤 시간이 필요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볼래
■ 남지은 기자 진부한 내용은 둘째치고,
멜로드라마는 두 배우에 몰입해야 하는데, 틈을 주지 않는다. 유독
얼굴이나 손동작 클로즈업 신이 많고 장면 전환이 빠른데 주인공의 감정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끊어버린다. 작위적인 대사는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질 정도. 배우들조차 어색한 듯 대사가 입에 붙지 않은 느낌이라, 배우 보는 맛으로도 아쉬움이 상쇄가 안 된다.
글쎄.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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