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부재의 기억>의 이승준 감독, 감병석 프로듀서, 세월호 유족 오현주·김미나씨(왼쪽부터). 이승준 감독 제공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이승준 감독이 세월호 유족과 함께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는다.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이 감독은 9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단원고 학생 어머니 두 분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다. 시상식장에서는 떨어져 앉게 되지만, 시상식장에 들어가는 레드카펫에는 함께 오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에 참석하는 세월호 유족은 장준형군의 어머니 오현주씨와 김건우군의 어머니 김미나씨다. 이들은 지난달 말 현지에 합류한 이후 이 감독, 감병석 프로듀서와 함께 <부재의 기억> 상영회, 관객과의 대화, 언론 인터뷰 등 일정에 동참하고 있다. 오씨는 <부재의 기억>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이 감독은 전했다.
두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단원고 학생 명찰들과 아이들 얼굴 캐리커처를 그린 스카프를 가지고 왔다. 레드카펫에 오를 때 명찰을 달고 스카프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어머니들은 현지 취재진에 “아이들에게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여주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레드카펫을 걷게 돼 기쁘고 설렌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선 어머님들이 오셔서 직접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동행을 요청했다”며 “수상을 기대하는 분들이 계신 걸로 알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내일 시상식은 즐겁게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기록들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보여줌으로써 국가의 부재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29분짜리 다큐멘터리다. 2018년 11월 미국 뉴욕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데 이어, 9일(현지시각)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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