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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미투 연루’ 오달수 복귀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등록 2020-11-19 16:32수정 2020-12-02 11:46

15일 개봉하는 ‘이웃사촌’으로 활동 재개
환영과 우려 교차
배우 오달수가 지난 11일 영화 <이웃사촌> 언론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오달수가 지난 11일 영화 <이웃사촌> 언론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투’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오달수가 사실상 복귀했다. 오달수는 당시 의혹을 거듭 부인하며 연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혔지만, 그의 복귀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오달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 <이웃사촌>이 오는 25일 개봉한다. 2018년 초 촬영을 마쳤으나 그해 2월 오달수에게 불거진 미투 의혹으로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가 이번에 하게 된 것이다. 오달수는 군부정권에 맞서는 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정치인 이의식을 연기했다.

2018년 당시 연극 연출가 이윤택 등에 대한 미투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여성이 “1990년대 초반 오달수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오달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실명을 걸고 텔레비전 뉴스에 출연하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이에 오달수는 사과문을 발표하면서도 “서로 기억이 다르다. 연애 감정이 있었다”며 구체적 혐의는 부인했다. 이어 출연 예정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등 활동을 중단했다.

오달수는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투 의혹을 교통사고에 빗대며 “덤프트럭에 치인 것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매일 술로 보냈다. 그러다 거제도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머리를 비우고 단순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식 석상에 나서는 게 무섭고 떨렸지만, 내가 피해를 준 영화에 무한책임을 느껴 용기를 냈다”고 덧붙였다.

영화 &lt;이웃사촌&gt; 스틸컷.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리틀빅픽쳐스 제공

그는 미투 의혹과 관련해 “그때 밝힌 생각과 지금 생각에 변함은 없다. 서로의 입장이나 기억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다. 또 “의혹을 제기한 분들께 따로 사과하거나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 만약 그들이 지금도 불편함을 느낀다면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달수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내사를 지난해 초 종결했다. 일부는 이를 두고 “무혐의로 결론 났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공소시효가 만료돼 내사를 종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사 종결이 무혐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경찰의 내사 종결 소식이 알려지자 오달수는 지난해 8월 독립영화 <요시찰>을 촬영하며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 이번 공식 석상에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그는 “언뜻 지금 복귀한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복귀는 다음 작품에 캐스팅돼 활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대중의 여론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2018년 당시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휩쓸었다. 여성의 지위에 있어 변혁의 물꼬를 튼 시기였다. 이후 대중의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얼마나 관용을 베풀지 기대감도 있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lt;이웃사촌&gt; 스틸컷.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리틀빅픽쳐스 제공

오달수의 복귀를 바라보는 영화계 안팎의 시선은 복잡하다. 함께 영화에 출연한 배우 정우는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달수 선배는 한국 영화에 큰 영향을 끼친 배우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나오는 선배님 모습을 보면서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고 힘을 실었다. 하지만 판단을 미루고 여론을 지켜보자는 영화인들도 많다. 한 감독은 “미투 의혹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이뤄지지 않아 뭐라 판단하긴 애매하다. 일단은 여론을 좀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영화인은 “수십억원이 들어간 영화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해하지만, 의혹이 명백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다시 나온다면 피해자가 고통받을 것이 자명하다. 지금 영화를 개봉하고 복귀하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성범죄 논란을 일으킨 이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복귀하는 일이 잦은데,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 너무 관대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오달수가 활동을 중단할 당시 우리가 가진 의구심이 해소된 게 아닌데도 다시 나와서 활동하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 공소시효 만료로 법적 처벌이 힘들다는 거지, 죄가 없다고 밝혀진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렇게 은근슬쩍 복귀하면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의 다른 배우와 스태프에게도 공동책임을 지우는 꼴이다. 그들에게도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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