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좋은 이유? 오래 살았고, 친구랑 수다 잘 떨어
대사 열심히 외워서 피해 주지 말자는 게 내 철학
정이삭 감독, 처음으로 흉 안 본 감독…존경한다”
대사 열심히 외워서 피해 주지 말자는 게 내 철학
정이삭 감독, 처음으로 흉 안 본 감독…존경한다”
25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최고의 순간은 없을 것이다. 나는 최고, 그런 거 싫다. 경쟁 싫다. 1등 되는 것 하지 말고 ‘최중’(最中)이 되면 안 되나. 같이 살면 안 되나.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동양 사람들에게 아카데미 벽이 너무 높다.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고 ‘최중’만 하고 살자. 그럼 사회주의자가 되려나.25일(현지시각) 배우 윤여정은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나리가 독립영화라는 얘기를 듣고 제 돈으로 이코노미 좌석을 타고 미국까지 왔다”며 “영화를 만들 때는 이런 건 상상도 안 했다”고 했다. 한국 최초, 아시아 두번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이라는 쾌거도 인간 윤여정을 바꿔놓지 못했다. 연기철학을 묻는 말에 그는 먹고 살려고 절실하게 연기했을 뿐이라며 젠체하지 않는 어투로 쿨하게 답했다. 생애 최고의 명예를 얻은 이날 되레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싫으니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한 그는, 멋지게 나이듦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진정한 ‘어른’이었다. 다음은 윤여정과의 일문일답. ―연기를 오래 했으니까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진 철학이 있는지. 솔직하고 당당하며 재치 있는 언변도 주목을 받는데. “내 연기 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연기를 하게 됐다. 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게 내 철학이었다. 절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좋아도 해야겠지만 나는 먹고 살려고 했다. 나에게는 대본이 성경 같았다. 많이 노력했다. 브로드웨이 명언도 있다. 누가 길을 물었다고 한다. 브로드웨이로 가려면? 답변은 연습(practice). 연습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입담이 좋은 이유는 내가 오래 살았다는 데 있다. 좋은 친구들과 수다를 잘 떤다.”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생각한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 “최고의 순간은 없을 것이다. 나는 최고, 그런 거 싫다. 경쟁 싫어한다. 1등 되는 것 하지 말고 ‘최중’(最中)이 되면 안 되나. 같이 살면 안 되나.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동양 사람들에게 아카데미 벽이 너무 높다.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고 ‘최중’만 하고 살자. 그럼 사회주의자가 되려나.”
25일(현지시각)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왼쪽)이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핏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핏은 윤여정을 수상자로 호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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