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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지옥, 어땠어?] ‘인간의 신념’ 충돌하는 지옥, 호불호 극단으로 갈렸다

등록 2021-11-22 11:25수정 2021-11-29 13:36

장르물 문법 깬 연상호식 상상력
지옥 사자는 거들뿐, 인간 내면 초점
넷플릭스 19일 공개 전세계서 호평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최규석 작가와 대본을 함께 쓴 6부작 드라마 <지옥>이 지난 19일 공개됐다. <오징어 게임> <마이네임>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오리지널 드라마다. 연 감독은 그동안 애니메이션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드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이번에는 ‘지옥’이란 세계관을 꺼내 들었다.

<지옥>은 공개 전에는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죽는 날과 시간을 고지받은 이들을 죽인다는 설정이 화제였는데, 막상 공개하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여러 가지 담론을 생산해내고 있다. 연 감독은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옥>에 대해 “서울 한복판에서 어느 날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혼란해진 시대 속에서 여러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지옥>이 단순히 소비되는 작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를 생산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래서 평가단은 <지옥>에서 어떤 모습을 봤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하 ‘정덕현’)와 아무리 유명 감독이라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뒤늦게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며, 소심열매 드신 아무개 대중문화인(예술인)과 <지옥>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아래 기사는 정덕현 평론가와 아무개 대중예술인과 각각 통화한 뒤 세 명의 대화로 연결한 것입니다)

남지은 = <지옥>을 본 소감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정덕현 = <지옥>에서 연상호 감독의 야심을 봤다?

남지은 = 야심이라니... 감독은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다는데.

정덕현 = 그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뜻이죠. 작정하고 만들었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메시지나 주제 의식이 진중하고 철학적인 부분도 보이고, 종교에 대한 질문도 들어 있고. 그런데도 보기 어렵지 않아요. 요즘 케이(K) 드라마 장르물의 특징이 묵직한 주제를 쉽게 담는 거죠.

남지은 = 3회까진 대사들이 심오하긴 해요. “너희는 더 정의로워야 한다”, “사람의 자율성이 만든 법 체계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느냐.” 대사만 보면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을 만하죠. 여러 신념의 충돌을 보여줘야 하니 특히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유아인)의 대사가 대부분 그래요.

정덕현 = 그래서 많은 담론을 끄집어낼 수 있는 작품 같아요. 작품 속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보면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두 번, 세 번 보면 볼수록 더 재미있어질 작품이에요. 의미가 와 닿으니까.

남지은 = 극본과 연출에서 기존 장르 문법을 깼다는 데 점수를 주고 싶어요. 1~3회, 4~6회가 연결되지만 다른 이야기 같고, 누구 한 명을 주인공이라고 확실하게 내세우는 것도 아니고. (※스포라 설명 생략​※) 우리나라에 이런 구성의 드라마가 있었나, 떠올려보면 확실히 신선해요. 지옥의 사자가 등장해서 얼핏 크리처물처럼 보이는데 실은 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 신념을 들여다보는 심리물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고요.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정덕현 = 추상적 개념인 지옥의 사자들을 캐릭터화한 부분에서 연 감독의 상상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어요. 지옥의 사자들은 어떻게 보면 불가항력의 운명, 죽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재난 상황을 의미하는 셈이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캐릭터로 만들어 버리고, 그게 어디에서 왔는지 설명하지 않아요. <지옥>은 그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주목해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 내면의 탐구랄까요.

예술인 = 그래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 같아요. 전 첫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정말 잘 찍었다’ 감탄하면서 봤는데 이후에는 다른 범죄드라마와 다르지 않은 전개여서 그냥 그랬어요. 지옥의 사자들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며 봤는데. (※스포라 설명 생략​※​) 지옥의 사자들 나오는 장면 외에는 지루했어요. 그런데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라고 언론이 난리니까. 내가 작품을 못 보는 건가 싶어서 블로그와 댓글 등을 찾아봤는데 저와 비슷한 반응이 꽤 많던데요. 근데 이거 진짜 실명 안 나가는 거 맞죠?

남지은 = 맞습니다. 맞고요. 그리고 등수에 혹하지 마세요. <지옥>이 넷플릭스 1위했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니까요. 케이(K)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1위를 한 지역이 주로 어디인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우리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넷플릭스 순위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요. 국내 평가를 무시해서도 안 되고요. <오징어 게임>도 첫날 한국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호평보단 혹평이 더 많았어요. 표절 얘기에 여성혐오까지. 감독한테 위로 전화를 했다는 관계자도 있어요. 미국을 시작으로 반응이 오더니 전 세계 1위를 한 이후 단점도 장점으로 둔갑해 대부분 극찬만 퍼부었어요. 결코 좋기만 한 현상은 아니에요. 더 발전하려면 부족한 부분도 지적해주고, 거기에 귀도 기울여야죠.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예술인 = <지옥>도 6부 전체가 한 인물, 한 공간으로 연결되지 않는 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어요. 심오한 세계관도 맞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저처럼 저게 뭐야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

정덕현 = 전반적으로 어둡고 잔인하죠. 어차피 태워버릴 거면서, 그 전에 꼭 저렇게까지 폭행해야 하나 싶고. 드라마로서는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거지만,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어요.

예술인 = 전 화살촉 유튜버가 나오는 장면이 집중이 안 됐어요. 소리만 지르고 저 장면을 왜 저렇게까지 길게 넣었을까. 10대 화살촉들이 어른한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도 좀 그랬고요. 그렇게 맞았는데 다음날 진술하러 경찰서에 갈 수가 있나요. 또 3회에서 민혜진(김현주) 변호사는 화살촉 무리한테 그렇게 맞았는데. (※스포라 설명 생략​※​) 직업상 개연성을 따지게 되네요.

남지은 = 미성년자인 희정(이레)한테 그런 일 (※스포라 설명 생략​※​) 시키는 것,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다 싶었어요. 지상파였다면 난리 났겠죠. 방송사에서 입장문 내고, 장면 삭제하고, 전 아마 기사 쓰고 있을 거예요. 이런 거 보면 지상파의 어려움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줘야겠다 싶어요.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아무리 오티티라도 불편했어요.

정덕현 = 여러 방면으로 <지옥>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해요. 볼수록, 이해할수록 할 이야기가 많아질 될 거에요. 그 아이도 (스포라 설명 생략​​) 메시아 같은 존재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부분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뒤집기를 시도한 것도 같고.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예술인 = 설명 안 한 게 많아서 저처럼 이해 안 되는 부분도, 궁금한 것도 많은 이들도 있어요. 희정과 아빠는 이후 어떻게 사는지, 정진수는 왜 진경훈(양익준)을 불렀는지, 마지막에 (스포라 설명 생략​​) 정진수가 아니라 왜 박정자(김신록)인지 물어보고 싶네요. 지옥의 사자는 왜 몇 번만 등장시켰는지. 그나저나 김신록씨는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고요. 앞으로 점점 바빠지시겠어요. 저도 바빠져야 하는데.

남지은 = <괴물> 보며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눈에 띄더라고요. 유아인씨도 정진수 역할에 딱 맞았어요. 연상호 감독이 왜 캐스팅 확정 소식에 ‘만세’를 불렀는지 알겠더라고요. 정진수가 강의하는 장면을 듣고 있으니 그냥 빠져들던데요. 특히 진경훈을 불러 자신의 이야기를 독백처럼 내뱉는 3회에서는 와~, 유아인! 

정덕현 = 정진수 역할이 (스포라 설명 생략​​) 그때 빠지는데도 유아인씨가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시스템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여러 가지로 멋진 드라마에요. 

예술인 = 전 지옥의 사자가 나오는 것 외에는 특별하지는 않았다고 정리? 마지막 장면 (스포라 설명 생략​​) 시즌2를 예고하는 건가요?

남지은 = 이후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드라마를 다 보고 바로 웹툰을 1회부터 봤어요. 내용은 웹툰과 비슷해요. 죽음을 고지하는 얼굴이 웹툰은 온화한 느낌의 여자인데 드라마는 무서운 얼굴의 남자이고, 웹툰에서는 형사의 아들이 드라마에서는 딸로 바뀌었어요. 그런데 드라마 마지막, 그 딱 한 장면은 웹툰에는 없더라고요. 그 전 장면(스포라 설명 생략​​)에서 끝났어요. 드라마를 만들면서 추가한 장면인 걸로 봐서 시즌2의 ‘떡밥’을 뿌려놓은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지금 너무 궁금해졌어요. 시즌2 해줘요! 

그래서 볼까? 말까?
*정덕현 : 끊임없는 이야깃거리 생산해내는 수작 - 무조건 두 세번
*남지은 : 장르물 문법 깨는 연상호식 상상력 - 봐야지!
*예술인 : 지옥 사자들 나오는 장면 외에는 - 오프닝이 전부야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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