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대한민국에서 성평등이 이미 실현됐다고 믿는다면, 인터넷에서 ‘여성 최초’라는 열쇳말로 검색을 해보라. 2022년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여성이 최초로’ 진출한 자리들이 존재한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다. 성별로 인한 차별 없이 평등해야 한다는 가치는 1948년 헌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공표됐다. 하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차별적 환경을 마주하고, 개척하고, 버텨 살아남고자 한다.
<교육방송1>(EBS1)이 <다큐프라임> 꼭지로 선보이는 ‘여성백년사-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는 여성들의 삶을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풀어내는 3부작 다큐멘터리다. 1922년부터 2022년까지,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아있는 연결점을 짚으며 젠더 이슈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는 취지다.
1부 ‘신여성 내음새’편은 한국 여성 최초로 문학계에 등단한 작가 김명순, 최초로 단발머리를 한 여성 강향란의 삶을 살핀다. 역사학자 심용환, 방송인 김현숙, 안현모, 이승국 등이 출연해 토크를 곁들인다.
2부 ‘직업 부인 순례’편은 택시 기사, 미용사, ‘데파트 걸’(백화점 직원)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활약한 여성들의 일과 삶을 담았다. 여성들은 ‘최초’라는 이유, ‘소수’라는 이유로 세간의 관심뿐 아니라 거짓 소문이나 조롱,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이 마주한 “사나운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3부 ‘엔(N)번의 잘못’편은 1990년대 이른바 ‘빨간 비디오’로 불린 불법 촬영물부터 2020년대 엔번방 사건에 이르는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다. ‘추적단불꽃’의 불꽃, <한겨레> 김완·오연서 기자 등이 출연한다. 교육방송은 “엔번방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100년 뒤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고 밝혔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이어지는 연대기를 기록한다는 뜻이다.
3부작 가운데 1부는 지난 7일 방송됐으며, 2부와 3부는 8일과 9일 밤 9시50분에 <교육방송1>에서 방송된다. 교육방송 누리집과 웨이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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