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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이 여자가 정말 준표를 사랑했구나”

등록 2007-06-21 18:10수정 2007-06-22 20:54

‘내 남자의 여자’ 끝낸 두 주인공 김희애와 배종옥. 정용일 기자 <A href="mailto:yongil@hani.co.kr">yongil@hani.co.kr</A>
‘내 남자의 여자’ 끝낸 두 주인공 김희애와 배종옥.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내 남자의 여자’ 끝낸 두 주인공은?
김희애 “화영 이해못해” 배종옥 “지수에 빠졌다”

“화영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지수라고 생각하고 푹빠져 지냈다.” 지난 19일 종영한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24회 동안 뜨거운 공방을 펼쳤던 김희애, 배종옥 두 배우의 소회는 맡았던 배역만큼이나 대조적이다.

파주 촬영장에서 만난 배종옥은 남편을 빼앗은 화영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천사 같은 여자를 연기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웠다고 했다. 배역으로는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배우로서는 잘해야 밋밋한 것이 착한 여자 역할이고,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면 자칫 가증스럽거나 위선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지수인지 지수가 나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인물에 집중했던 드라마였어요.”

그에 비하면 배역만으로도 미움받고 입에 오르내리던 화영 역할은 배우의 자의식과 충돌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종방연에서 만난 김희애는 시종 화영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분투했던 드라마라고 했다. “이런 성격, 이런 갈등. 화영이를 이해할 수 없어서 배우로서 고통스러웠습니다. 마지막회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 연습도 못할 만큼 갑갑하고 가슴이 문드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야 비로소 “아, 이 여자가 (준표를) 정말 사랑했구나. 사랑해서 벌인 일이었구나”라고 화영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심리극의 양편에서 팽팽히 줄을 당겼던 두 배우는 서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김희애씨는 욕을 먹으면서까지 열심히 잘 했습니다. 나도 그렇지만 김희애씨도 이 역할을 하면서 성숙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종옥은 자신도 예전에 〈거짓말〉 〈바보같은 사랑〉 등에서 남의 남자를 가로채는 연기를 했지만, 그때 자신이 얼마나 미움을 받는지는 몰랐단다. 이번에 화영이와 김희애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했다. 김희애는 “(결혼 이후) 내게 주어진 환경이나 여건은 지수 쪽에 가까웠다”면서 배우와 역할 사이의 간극을 강조했다. 화영 역을 맡으면서 감당하기 힘든 역할에 몸을 던지고 그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과정을 거치는 낯선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그동안 그런 역만을 해 온 게 아니었다면 지수역이 더 욕심나는 캐릭터였을 것”이라면서도 “같이 연기한 배우 배종옥은 드라마 밖에서도 당당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두 배우 모두 20년 넘는 연기 경력에 조강지처와 내연녀의 역할을 두루 맡아와 배역과 실제 자신을 새삼 헷갈릴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배역은 이토록이나 배우의 심정과 행동을 가르는 것일까. 준표(김상중)를 두고 두 여자가 홀로서기하며 제 갈길로 가는 마지막 편을, 배종옥은 “그간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느낌으로”, 김희애는 “씁쓸한 마음으로 집에서 혼자” 지켜보았다고 한다.

글 남은주 허윤희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배종옥 “여자의 적 여자라고 그려지는 것이 문제다”

‘내 남자의 여자’ 끝낸 배종옥. 정용일 기자 <A href="mailto:yongil@hani.co.kr">yongil@hani.co.kr</A>
‘내 남자의 여자’ 끝낸 배종옥.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에스비에스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배우 배종옥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기존의 똑부러지는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뒤엎고 순종적인 조강지처로 색깔을 바꿨다. 시작은 평온해보였지만, 남편의 불륜과 친구의 배신으로 하루 아침에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오이를 씹으며 굵은 눈물을 흘리고, 남편의 책을 던지고 청소기를 부수면서 아픔을 분출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 삶의 긍정성을 되찾은 지수를 완성시켰다. 그동안 무채색의 지수가 화려하고 강한 화영이에게 묻히지 않았던 건 온전히 배종옥의 내공 덕분이었다. “4개월 동안 지수로 살아왔다”는 배종옥을 지난 20일 파주에 있는 한 촬영장에서 만났다.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실적이라는 점 때문이죠. 처음에는 파격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극중 상황과 대사들이 우리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타당성이 있었다. 우리가 쉽게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잘 표현하고, 극중 인물들을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가 아닌) 내 친구이자 남편으로 그렸다.

-지수와 화영은 서로에 대해 열등감이 있는 것 같다.

=지수는 화영이가 화려하고 자신만만하게 사는 것, 화영이는 지수가 원만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을 부러워한다. 그건 내가 갖지 못한 떡이 커보이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다.

-지수는 화영의 고민을 들어주고 보듬어준다. 불륜을 다룬 다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그려지는 게 문제다. 이 드라마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수가 화영을 두고 애정관계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동안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상황과 대사들이 뒷받침해줬다. 화영을 미워했지만 남을 배려하는 성격의 소유자인 지수는 충분히 그럴 만하다. 지수가 화영을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 긴장되면서도 재미있었다.

‘내 남자의 여자’ 끝낸 배종옥. 정용일 기자 <A href="mailto:yongil@hani.co.kr">yongil@hani.co.kr</A>
‘내 남자의 여자’ 끝낸 배종옥.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수 역이 공감이 많이 됐는지?

=지수의 상황과 대사들이 이해되고 공감을 했다. 그런 지수에 빠져 내가 지수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준표를 보내고 텅빈 방안에서 있는 장면은 슬프고 공허했다. 지수가 준표에게 이혼서류를 전해주면서 “꿈에서라도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지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온 여자인데 이런 힘든 일을 겪으니 너무 안타까웠다.

-극중 남편 준표 캐릭터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준표는 인간적인 캐릭터다. 준표는 화영과 달리 가진 게 많은 사람이다. 그러니 쉽게 모든 걸 다 버리고 살지 못한다. 만약에 나도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도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리고 싶지 않을 거다. 그런 점에서 준표 또한 이해된다. 그래도 준표가 답답하고 미울 때가 있었다. 그런 나에게 김수현 선생님이 내가 아직 젊어서 그런 거라며 김 선생님은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했다.

-다른 배우들과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배우들 모두 불꽃튈 정도로 치열하게 작업했다. 비슷한 또래이다 보니 이야기가 통하고 다들 드라마 속 이야기에 공감하며 찍었다. 그래서 어느 한 배우로 무게 중심이 기울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편에서 지수가 가족들과 놀이공원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에서 평화로운 지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소한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그런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전한다. 김수현 선생님과 함께 작업한 <목욕탕집 남자들>에서도 그런 메시지를 느꼈다. 나도 이런 작품을 하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다. 젊을 때에는 가족이 부담스럽게 여겨질 지도 모르지만 나이들수록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앞으로 계획은?

=드라마 방영기간 동안 보지 못한 <내 남자의 여자> 시청자 게시판도 살펴보고, 당분간 쉴 거다. 특별한 계획은 없다.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않았지만, 지수와는 다른 캐릭터로 찾아뵐 거다.

글 남은주 허윤희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김희애 “이제 내 과제는 하루속히 화영을 잊는 것”

‘내 남자의 여자’ 끝낸 김희애. 정용일 기자 <A href="mailto:yongil@hani.co.kr">yongil@hani.co.kr</A>
‘내 남자의 여자’ 끝낸 김희애.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배우는 뭇사람의 사랑만 받는 꽃이 아니다. 연기경력 25년째 배우 김희애는 주변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내연녀 역할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애증의 대상이길 택했다. 에스비에스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마지막 편은 주인공 세 사람의 이야기였으되, 사실 대부분이 화영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화영역 김희애의 존재감을 반영한 결말이기도 했다.

첫회 친구 집 거실에서 친구 남편과 입맞추는 장면부터 한국 드라마가 사수해온 ‘내연녀’와는 다른 이미지가 될 것을 예고했다. 구걸하거나 숨어서 눈치보며 하는 사랑과는 분명히 거리를 두고 싶어했다. 고개를 바짝 든 채 당당하고 절절하게 사랑을 요구하는 내연녀의 이미지를 그려나갔다.

“이제 내 과제는 하루속히 화영을 잊는 것”이라 말하며 지친 듯 의기양양한 듯 새로운 갈길을 준비하는 그를 종방연에서 만나보았다.

- 성실한 아내 역할을 맡아오다 악녀의 연기변신이 화제가 됐는데

= 다양한 성격을 연기해야 할 배우가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변신이랄 수도 없다. 그런데 화영 역할은 처음에는 수치감도 강했고 이해하기 힘들어서 마지막까지 고전했기 때문에 (극중) 화영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정말 남자들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의 여자를 좋아할까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지막회 대본을 받아들고 읽다가 연습도 못할 만큼 갑갑하고 가슴이 문드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지막회를 촬영하면서 화영이가 준표를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떠난다는 것을 알겠더라. 사랑하니까 떠난다… 말로 하면 유치한 것 같지만 그의 심정이 와닿으니까 그때서야 멋있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연기할 때 화영의 어떤 면이 가장 소화하기 어려웠나.

‘내 남자의 여자’ 끝낸 김희애. 정용일 기자 <A href="mailto:yongil@hani.co.kr">yongil@hani.co.kr</A>
‘내 남자의 여자’ 끝낸 김희애.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 (은수와 벌인) 육탄전 장면도 물론 힘들었지만 실은 그보다도 심리묘사로 이루어진 대사들로 가득차 있어 쉽지 않았다. 드라마가 끝나면 빨리 잊고 떨쳐버리려고 하는 편이다. 연기할 때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 일일이 기억하기는 어렵다. 감당하기 힘든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만은 언제나 분명하다. 그런데 결코 쉽게 연기하지는 않았고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자”는 말 속에는 남다른, 남모를 고통이 있었을 텐데 그 점을 봐주지는 않는 것 같다. 다들 너무나 ‘악녀’ 변신 쪽으로만 포장하거나, 아이들과 남편 반응을 묻는 등 주변문제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안타깝다.

- 지수와 화영은 모든 여자에게 공존하는 캐릭터일 텐데 당신은 어느 쪽인가?

= (결혼 이후) 주어진 환경이나 여건은 지수 쪽에 가깝다. 생각이나 가치관까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도 외적인 환경은 그랬다.

- 지수와 배우 배종옥에 대해 말한다면

= 그동안 내가 줄곧 그런 역을 해온 게 아니었더라면 착하고 아름다운 지수역에 욕심이 날 법도 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배종옥씨는 지수역을 맞춘 듯 잘 소화하며 드라마 밖에서도 (지수처럼) 밝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배종옥씨, 김상중씨 등 동년배 배우들은 상대방이 연기할 때도 호흡을 맞추며 도왔다. 서로 바쁘니까 앞으로 얼마나 자주 마주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적으로도 소득이 컸던 드라마였다.

- 앞으로의 계획은?

= 한동안 잠수를 타겠다. 집으로 돌아가 당분간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계획이다. 이번 드라마를 빨리 잊고 굳이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지도 않으면서 비우는 시간을 갖겠다.

6s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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