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은 예쁘더라.” 16일 뚜껑을 연 <푸른 바다의 전설>(에스비에스)에 대한 ‘첫방송 어땠나요?’ 평가단은 감탄을 쏟아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뿐 아니라, 티브이 덕후를 자임하는 <한겨레> 기자들과 참여를 요청한 다른 언론사 기자 ㄱ씨 역시 “전지현 보는 것만으로 한 시간이 아깝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아우라를 지닌 여자 배우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김 평론가) “사람한테 잡혀 와서 연못에 있는 장면은 입이 떡 벌어지더라.”(ㄱ씨) 영화에서 강동원이 하나의 장르라면, 드라마는 전지현이 장르임을 실감케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시청률 16.4%(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한 이 드라마의 1회는 ‘전지현 미모 감탄’ 외에는 이렇다 할 구미 당기는 요소를 별로 내놓지 못했다. 드라마는 500살 인어 심청(전지현)이 인간 세계로 나와 천재 사기꾼 허준재(이민호)를 만나 펼치는 판타지 로맨스다. 전지현의 미모와 드라마 초반 푸른 바다를 가르는 인어를 비춘 시각적인 효과는 좋았지만, 내용은 익숙한 패턴을 반복했다는 게 ‘첫방 평가단’의 총론이다.
특히 전작인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박지은 작가의 자기복제가 실망스럽다고 했다. “외계인 대신 인어가 인간 세계에 오고, 인간 환경에 적응하고, 먼 훗날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 이별을 내포한 사랑까지 비슷한 구성이다.”(ㄱ씨) <내조의 여왕>부터 <넝쿨째 굴러온 당신> <프로듀사> <별에서 온 그대>까지 미니, 시트콤, 주말 가리지 않고 모든 장르를 다 잘 쓰는 ‘아마도’ 유일한 작가인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장기인 ‘뻔한 내용도 다르게 비트는 묘미’도 부리지 않았다. 드라마는 스파게티를 손으로 집어먹고, 휴지각에서 휴지를 뽑는 행위를 신기해 하고, 신호등이 뭔지도 모르는 예상가능한 ‘무뇌아’적 존재로 세상에 나온 인어를 표현했다. 김 평론가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외부의 존재가 인간 세계를 처음 경험하는 내용들이 반복됐다. 성공한 클리셰를 따라해 전형적인 로맨스를 만들겠다는 느낌이다. <별에서 온 그대>와 달리 시작부터 중국 시장을 노리고 만들었고,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된 듯하다”고 했다.
박 작가의 작품들은 생동감 넘치는 여성 캐릭터가 빛났다. 이 드라마에서는 작가 특유의 할 말 다 하는 당당한 여성 캐릭터의 매력도 퇴보했다. 김 평론가는 “그러나 1회에선 전지현이 말도 못 하는 설정으로 나오면서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와 달리 캐릭터로서의 매력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유선희 기자는 “<옥탑방 왕세자> 등 비슷한 설정에서 남자 주인공은 그럼에도 늘 리더십 있고 멋진 존재로 그려지는 반면, 여자 캐릭터는 그냥 귀엽거나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이미지가 소모된다. 수동적인 여자 캐릭터를 그만 보고 싶다”고 했다. 사기꾼이 뜬금없이 라이터를 이용해 최면술로 사람을 속인다거나, 물 밖으로 나오면 다리가 생기는 인어가 인간 세계에 있어야 할 뚜렷한 이유도 없는데도 왜 다시 바다로 뛰어들지 않는지 등 의아함을 자아내는 캐릭터 설정 등 개연성도 아쉬운 대목이다.
아직 1회인 만큼, 이후에라도 예측가능한 장면을 비켜 가고 심청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킬링타임용 로맨틱 코미디로서 시청률은 잘 나오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다. 김 평론가는 “<태양의 후예>가 그랬듯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는 그 자체로 보기 좋은 불량 식품처럼 소비된다”고 했고, ㄱ씨는 “무엇보다 전지현이 궁금해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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