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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박정희 쿠데타 나가자 ‘조기종영’…최초 명령자는 노태우 대통령”

등록 2018-01-21 09:43수정 2018-01-21 10:19

[길을 찾아서] 고석만의 첨병 ③ ‘땅’의 붕괴

문화방송 태생적 한계 ‘5·16’ 방영에
최창봉 사장, 편성이사 불러 ‘지시’
제작사 대표 통해 “5월말 종결” 통보
“그날 이후 내 머릿속은 진공상태”

4월19일 ‘15회 마지막 촬영’에 격앙
출연자들 사장실 몰려갔으나 허탕
4월26일 사상 첫 연기자 집단 성명
“방송 중단 이유를 떳떳이 밝혀라”

마지막회 촬영장 들어서니 ‘비장’
“건식의 독백장면 지금도 눈에 선해”
대하드라마 <땅>에서 ‘5·16 쿠데타’와 ‘박정희’의 등장은 ‘15회 조기종영’의 빌미가 된다. 제14회에서 사복 차림의 박정희(이진수)가 장대식(오지명)이 운영하는 요정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사진 <문화방송> 제공
대하드라마 <땅>에서 ‘5·16 쿠데타’와 ‘박정희’의 등장은 ‘15회 조기종영’의 빌미가 된다. 제14회에서 사복 차림의 박정희(이진수)가 장대식(오지명)이 운영하는 요정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사진 <문화방송> 제공

<한겨레> 연재 회고록 ‘길을 찾아서’ 21번째 주인공은 고석만 프로듀서다. 1973년 <문화방송>(MBC)에 입사한 이래 그는 30여년간 숱한 화제작을 제조했다. ‘정치드라마의 대부’ ‘스타 피디 1세대’ 같은 명성과 더불어 ‘문제 피디’라는 시비도 따라다녔다. 특히 ‘공화국 시리즈’와 ‘재벌 시리즈’는 한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환부를 정면으로 드러낸 까닭에 대부분 ‘조기 종영’을 해야 했다. 끝내지 못한 드라마의 숨은 이야기들을 ‘고석만의 첨병’에서 마침내 털어놓는다.

미진이 감지된 것은, 5·16 쿠데타의 발발을 그린 ‘제12화 5월의 땅’(4월7일 방송)이 그것이다. <문화방송>은 태생적으로 ‘5·16’에 취약한 구조다. 그 태생적 한계. 사장 및 고위층의 발탁 조건. 사장의 연임 시기 임박. 정치권의 유착. 그중에서도 ‘제이피’(김종필·JP)와의 끊임없는 관계설… 등등.

‘12화’ 방송 직후. 정권은 다시 동요되어 문화방송에 직간접 외압을 가해온다. 드디어 최창봉 사장은 편성이사에게 드라마 종료를 지시했다. 편성이사는 ‘완결성’을 위해 5월말 종료를 제안했다고 훗날 자랑하듯 얘기했다는데…. 어떻게 하면 ‘완결성’이 이뤄지는 걸까? 방송의 ‘완결성’은 무엇을 기준한 것인가? 당시 편성이사의 전략이었다. 전략의 끝자락엔 책임전가 계략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작가에게 그다음 연출자에게, 나아가 제작부장, 제작국장 그것도 아니면 제작의 주체인 프로덕션의 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 된다. “그 사람의 뜻으로 이렇게 끝났습니다.” “그 사람 능력의 한계입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1991년 4월21일 방영된 대하드라마 <땅>의 14회에서 장대식(오지명·맨왼쪽)은 4·19혁명에 가세해 ‘민족통일전국학생연맹사건’으로 구속된 아들 장강(조경환)의 재판을 앞두고 최고회의의장 박정희(이진수·오른쪽 가운데)를 요정에 모셔 향응을 배푼다. ‘황성옛터’를 부르고 있는 장대식. 사진 <문화방송> 제공
1991년 4월21일 방영된 대하드라마 <땅>의 14회에서 장대식(오지명·맨왼쪽)은 4·19혁명에 가세해 ‘민족통일전국학생연맹사건’으로 구속된 아들 장강(조경환)의 재판을 앞두고 최고회의의장 박정희(이진수·오른쪽 가운데)를 요정에 모셔 향응을 배푼다. ‘황성옛터’를 부르고 있는 장대식. 사진 <문화방송> 제공

편일평 프로덕션 사장은 책임전가의 마지막 방아쇠를 쥔 최종 명령자이다. 최초 명령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말 못하는 상태에서, 4월13일 토요일 오후 최종명령이 떨어진다. “5월말 완결 종료!” 즉각 작가와 통화하고 연출팀은 회합에 들어갔다. 곧 결론에 도달한다. “지금까지 탈고된 15회분까지만 잘 제작하자!” 연출팀엔 함구령을 내리고 막다른 골목에 서니 하늘만 보였다.

여론형성자로 자처하는 방송인으로서, 프로그램 창작자로 불리는 연출자로서 회사가 부여하는바, 이 사회가 부과한 책무의 최종적인 귀결―다시 말해 모든 판단과 결정의 모체가 되는 ‘양심의 종착역’이 어디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그것은 사회규범과 윤리, 법체계, 관습 등등의 일반질서에 대항하는 개념이 아닌 순화되고 조화된 역사의식, 시대의식의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신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 13일 이후 내 머릿속은 진공상태가 되었다. 어떻게든 김기팔 작가가 탈고해놓은 대본 한편이라도 잘 녹화해 방송하는 것이 방송사나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책무라 생각했다. ‘빡세게’ 일을 하다 보면 눈물 대신 땀이 흐를 테고 한숨 대신 기염을 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일주일은 긴 시간이었다. 이틀 잡아 연습하고, 촬영 준비하고, 이틀밤을 철야 촬영하고, 하루 종일 파인커팅에 종합편집 그리고 하룻밤을 꼬박 새워 방송용 콘티 작업, 이렇게 일주일에 3일 철야를 한 뒤, 기진맥진한 채로 스튜디오 녹화 날이 왔다. 오늘은 공개를 해야 하는데….

91년 4월19일, ‘15회’ 마지막 녹화 당일, 철야 끝에 꾀죄죄한 몰골을 보이기 싫어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15회쯤 들어서면 연기자들도 물이 오르고 스태프들도 말 없이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두 시간의 리허설이 활기 있게 이루어졌다. 리허설도 끝내고, 녹화만 남은 점심 뒤 모든 연기자와 스태프를 불러 모았다. 가끔 녹화 직전에 스태프회의 겸 커피타임을 탤런트실 로비에서 하긴 했지만 오늘은 스튜디오의 가장 큰 세트 ‘대식의 거실’에 모였다. 조명이 꺼진, 상시등만이 어둑한 스튜디오. 연출자로서 앞에 나섰다. 여유를 가장하고 있지만 비장함이 역력했다. 천천히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오늘이 마지막 녹화임을 발표했다. 담담하게 발표했다. 연기자들은 크게 동요했다. 그간의 과정도, 5월말 완결성 종료안도 모두 설명했다.

‘5월 완결 종료안’에 흥분한 연기자들이 분장한 그대로 사장실로 떼지어 올라갔다. 하지만 출타 중인 사장은 물론 어떤 간부도 만나지 못하고 스튜디오에 다시 모였다. 녹화를 거부하고 심경 토로와 원인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연기자들이 무참한 심정으로 스튜디오 안팎을 오가는 사이, 이 소식은 사내에 널리 퍼졌고 기자들이 한명 두명 모이기 시작했다. 스튜디오는 광장이 되었다. 그들은 오늘에 이른 ‘사태’를 집중 분석하기에 이른다. ‘외압의 형태와 순서, 첫 방송이 시작되고 10분 만에 불호령이 떨어진 경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늘의 경제난국을 퍼부었고, 그 배경이 되는 정국 상황까지 조목조목 얘기를 듣게 된 노태우 대통령, 전두환·노태우 두 친구의 오랜 인연과 분노.’ “지금의 민주화 단계는 50회 예정 약속된 드라마를 15회에 무 자르듯 종료시키는 ‘30% 민주화’를 세상에 공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최초 명령자를 찾아내어 만천하에 규탄하자.” “최초 명령자는 노태우 대통령이다.”

앞서 지난 1월 방송위원회 모두진술 때 연출자로서 힘주어 얘기했던 대목이 다시 떠오른다. “전·현직 대통령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상황을 부정적 충격으로 인식하는 과거 수호의 안정성보다는, 그러한 터부에 도전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가 상당히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신질서를 향해 개선되어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일이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도전’으로 파악된다면 그 도전의 대상은 기존 질서가 아니라 우리가 획득해야 할 미래의 민주적 가능성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민주화를 두려워하는 세력이 있다. 우민화와 현혹이 최고의 전술 목표로 생각하는 세력이 있다. 방송을 교육이나 계몽, 건강한 오락의 용도가 아닌 몽매의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문도 새삼 떠오른다.

저녁식사 시간이 넘도록 연기자들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연출팀이 나섰다. 연기자들과 함께 회사 앞 식당에서 설렁탕 한 그릇씩 먹으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말꼬가 트인 것이다. 두 시간 이상 논의했다. 이야기의 핵심은, 외부의 압력보다 내부 간부와 고위층의 문제가 더 서럽다는 점이었다. 긴 고민 끝에 연출팀의 고군분투를 이해하고 녹화에 임하기로 하며 이 진실을 대외에 알리고 역사에 남겨야 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하고 이날은 해산했다.

1991년 4월26일 드라마 <땅> 출연자 25명이 마지막 15회 촬영에 앞서 ‘조기종영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조경환(앞줄 왼쪽 둘째)·오지명(앞줄 왼쪽 셋째)·최낙천(맨 오른쪽) 등이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1년 4월26일 드라마 <땅> 출연자 25명이 마지막 15회 촬영에 앞서 ‘조기종영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조경환(앞줄 왼쪽 둘째)·오지명(앞줄 왼쪽 셋째)·최낙천(맨 오른쪽) 등이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일주일 뒤 4월26일 정오, 출연 탤런트 전원이 서명한 ‘최초의 연기자 성명서’가 발표됐다. 희귀한 자료이기에 가감없이 전재한다.

‘엠비시(MBC) 대하드라마 김기팔 작, 고석만 연출 <땅>의 순조로운 방송 도중 갑작스런 중도하차 통지를 받고 충격을 받은 연기자 일동은 이미 야외촬영과 녹음을 끝내고 조금 남은 15회 녹화를 거부했다가, 연기자로서 시청자에 대한 도리와 방송인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남은 부분 녹화에 임하면서 출연자 일동은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는 바이다.

1-방송 중단의 이유를 떳떳이 밝혀라. 지난 시대의 행해지던 일들이 아직도 반복된다면 방송 민주화의 봄은 아직도 멀었는가? 잘 나가는 방송을 명백한 이유도 밝히지 않으면서 방송 중단을 시키는 그 진원지를 알 수 없는 외압과 공작에 우리 출연자 일동은 분노하는 바이다.

2-시청자를 두려워하고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삶은 고난과 한의 역사다. 우리의 역사를 진솔하게 드라마화한 <땅>을 시작할 때 우리는 엠비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자존심이 걸린 프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미없는 프로란 누명을 씌워 중도하차시키다니, 이는 작가, 연출자, 출연자, 스태프 등등 <땅>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의 자존심에 먹칠하고 시청자를 무시 우롱하는 행위다.

3-방송은 우리 삶의 터전이다. 우리는 방송이 천직이다. 방송 출연은 방송국과 출연자 상호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약속이자 계약이다. 한번 계약이 이뤄지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여타 프로그램의 출연 교섭도 거절하고 전념하는 게 우리의 자세다. 그런데 사전 양해도 없이 이미 계약된 금년 말까지 (50회 방송 예정)의 기한을 중도에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위는 방송인의 양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연기자는 방송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계란으로 바윗돌치기”라고 생각하고 강력한 의사표현 한번 제대로 못하는 선량한 연기자들을 방송국은 “밟혀도 꿈틀거리지 못하는 굼벵이”로 보지 마라.

5-있는 사실을 말하는 것도 죄인가? 현재 땅에 떨어진 도덕률, 부동산 투기, 정경유착, 공직자 비리 등등 사회 각 분야에서 곪아 터져나온 제반 문제는 이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사실을 드라마에 표현했다 해서 그것이 빌미가 되어 결국 방송 중단의 결과까지 초래했는데 드라마나 소설은 ‘있을 수 있는 가상의 얘기’를 재미있게 스토리화하는 것일 뿐 그것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대인다운 덕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6-우리의 요구. A-우리는 방송인의 신의를 지키며 시청자에게 약속 이행을 확약하면서 50회까지의 계약 이행을 촉구한다. B-5월말까지만 집필해달라는 방송국 요구에 응해서 작가가 작품을 써도 금년 말까지의 보장이 없는 한 우리 출연진 일동은 16회부터는 출연을 거부한다. C-이미 발표된 연예인 노조의 성명서에 우리 <땅> 출연진 일동은 전폭적인 지지를 한다.

1991년 4월26일. 엠비시 대하드라마 <땅> 출연자 일동. 오지명, 반효정, 최낙천, 변희봉, 조경환, 정진, 길용우, 김미숙, 이경진, 나영진, 이동주, 남영진, 김동주, 김복희, 권은아, 김해숙, 김영석, 이영자, 신충식, 나성균, 이도련, 신복숙, 윤철형, 진희진.’

1991년 4월26일 드라마 <땅>의 마지막회 ‘15회-사람이 살아가는 땅’ 녹화 장면. 배우와 연출자 모두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며 비장한 분위기로 촬영을 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1년 4월26일 드라마 <땅>의 마지막회 ‘15회-사람이 살아가는 땅’ 녹화 장면. 배우와 연출자 모두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며 비장한 분위기로 촬영을 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결국 15회분 녹화에 들어갔다. ‘사람이 살아가는 땅’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비장함이 아프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들은 “슬플 때 소리내어 울자”면서도 호흡조차 억제하고 있었다. 연기에 묻어나고 있었다. 그 슬픔들을 화면에 고스란히 담았다.

‘심봉사처럼 아기를 들쳐업은 장건식(길용우)의 순대국집과 파친코장의 누나(권은아)의 교차, 산후조리를 못하였다가 쓰러진 아내(김해숙), 민통련 사건으로 구속된 장강(조경환)의 출감 소식에 기뻐하는 아버지 장대식(오지명)과 누이동생 장윤(김미숙). 출감 기념으로 저택 한 채를 사주는, 자본주의 논리와 부자들의 호화판이 계속되는 동안, 군사정권이 자리잡고 경제개발이 시작되고, 그로부터 사람이 살아가는 땅의 차별이 더욱 심해지고, 이른바 자본주의의 논리가 이 땅을 풍미해가기 시작하고…. 좌익수(변희봉)의 애환, 미전향수 이관수(이동주)의 전향서 작성…. 아픔으로 가득한 15회 이야기들이다.’

마지막 해설은 성우 김종성에 의해 처연하게 읽혔다. “대하드라마 땅, 그 열다섯번째 시간 ‘사람이 살아가는 땅’을 마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은 살아야 하고… 그러나 그 살아가는 땅은 각각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1991년 50부작으로 시작한 대하드라마 <땅>은 결국 4월말 15회로 중도하차했다.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장건식(길용우·왼쪽)과 부인 한씨(김해숙·오른쪽)가 부둥켜안고 우는 장면으로, 91년 5월 엠비시노조가 낸 <문화노보>에서 외압을 비판하며 ‘근조’ 사진으로 실었다.
1991년 50부작으로 시작한 대하드라마 <땅>은 결국 4월말 15회로 중도하차했다.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장건식(길용우·왼쪽)과 부인 한씨(김해숙·오른쪽)가 부둥켜안고 우는 장면으로, 91년 5월 엠비시노조가 낸 <문화노보>에서 외압을 비판하며 ‘근조’ 사진으로 실었다.

제14회에서 순대국밥 장사로 근근히 살아가는 장건식(길용우·왼쪽)이 부인 한씨(김해숙·오른쪽)이 낳은 첫 아들을 안고 ‘평화로운 세상에 살라’며 독백을 하고 있다. 조기종영으로 메시지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드라마 <땅>에서 연출자 고석만 피디가 가장 기억하는 장면이다. <문화방송> 제공.
제14회에서 순대국밥 장사로 근근히 살아가는 장건식(길용우·왼쪽)이 부인 한씨(김해숙·오른쪽)이 낳은 첫 아들을 안고 ‘평화로운 세상에 살라’며 독백을 하고 있다. 조기종영으로 메시지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드라마 <땅>에서 연출자 고석만 피디가 가장 기억하는 장면이다. <문화방송> 제공.
‘건식’이 첫아들을 보며 독백하는 장면이 눈에 밟혀 지워지지 않는다. 돈이 없어 퇴원한 부인 한씨가 가난한 골방에 누워 “아들을… 우리 아들을…” 하며 아버지 건식에게 아기를 건넨다. ‘누구를 위한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쓸쓸하게 아기를 보며, 건식 독백) “느그들 세대에는 제발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기를…. (아들을 안으며) 느그들 세대에 영광을! (활짝 웃다가 멈추고) … 좌도 없고 우도 없고… (아기의 배냇웃음) 서로가 서로를 죽이지 않고… 평화롭게… 민족이 화목하게 살기를….

기획·진행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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