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시즌2>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 가장 관심이 쏠린 건 ‘현실의 검-경 대립을 어디까지 보여줄 것이냐’였다. 시즌1은 2017년 방영 당시 이례적으로 검찰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용감한 이야기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둘러싼 목소리가 높아지며 국민 역시 검찰 내부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접하는 상황에서 과연 검찰과 검사 이야기가 어느 정도 주목을 끌지는 미지수였다. 결과적으로 시즌2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지난 15일 시작한 <티브이엔>(tvN) 금토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대검찰청 형사법제단 소속 검사 황시목(조승우)과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 주임인 경감 한여진(배두나)이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검경협의회에 참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즌1에서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했던 두 사람이 각각 검찰과 경찰을 대표하는 인물로 대척점에 섰다. 이수연 작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검경은 ‘치안 유지’라는 단 하나의 공통 목표를 위해 존재하는데 왜 불화하고 대립·충돌하는지 궁금했다”고 티브이엔을 통해 전했다.
<비밀의 숲 시즌2>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수사권 조정을 내세우지만 결국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검경의 현실을 까발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는 1·2회 내내 철없는 연인의 행동이 익사 사고를 야기한 사건을 계기로 검경이 수사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현실을 비춘다. 경찰이 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넘겼지만 전관 출신 변호사가 변호를 맡은 지 며칠 만에 종결된다. 그러자 경찰청 정보부장인 최빛(전혜진)이 일부러 유족을 찾아가는 ‘쇼’를 벌이고 카메라 앞에 서서 “검찰 수사권이 현재와 같은 상태로 계속 유지된다면 전관예우나 제 식구 감싸기의 폐단 역시 지속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사건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다. 검경이 유족을 이용해 여론몰이를 하고, 언론을 통해 서로를 흠집 내기에 바쁜 모습 등은 현실과 판박이다.
<비밀의 숲 시즌2>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시즌2는 사실적인 대사로 화제를 모은 시즌1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힘든 소재인 만큼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검경 대립의 역사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우태하(최무성) 형사법제단 부장검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검찰은 건국 이래 상식적인 수준에서 경찰 수사를 지휘해왔는데 경찰은 늘 여기에 불만을 갖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지휘를 안 받겠다고 노래를 불렀어.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었는데 이번엔 좀 달라. 알다시피 검찰 권력 축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너무 커.” 이어 황시목과 우태하의 대사를 통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그간의 과정을 마치 뉴스 브리핑하듯 얘기한다. 이수연 작가는 “시즌1은 판타지에 가까웠다면, 이번엔 그렇게 흐르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것처럼, <비밀의 숲 시즌2>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너무 친절한 나머지 시즌1과 같은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의견도 많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시즌1이 사건을 통해 자연스레 검찰 내부의 문제를 제기했다면, 시즌2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만 치중했다. 검경의 대립을 보여주는 대사도 뉴스 그 이상의 것이 없어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의 일원이 돼버린 황시목과 윤여진이 검경의 밥그릇 싸움을 국민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조직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캐릭터로 돌아와야 한다”고 짚었다.
<비밀의 숲 시즌2>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반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히려 이런 잔잔하고 친절한 도입이 이 드라마의 저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래 공력 있는 드라마는 시작부터 과하게 힘을 주지 않는 법이다. 시청자를 애써 낚으려는 과한 장면 없이도 현실을 반영한 사실적인 이야기가 몰입도를 높이며 시청자를 안개가 가득해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진실과 비밀의 숲 한가운데 서게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무감한 표정으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황시목의 시선이 시즌2에서 하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며 “덤덤하게 내뱉듯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일품”이라고 평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