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랑’]영화
1일부터 극장 체인 2위인 롯데시네마가 ‘부율 조정’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영화계로선 시원한 가을바람 같은 소식입니다. 일반 관객들한테 조금 낯선 말이겠지만, ‘부율’은 극장 입장권 수익을 투자·제작사와 극장이 나누는 비율을 말합니다. 종전 한국 영화의 부율은 ‘50 대 50’이었습니다. 티켓 순익이 100원일 경우 극장과 투자·제작사가 각각 50원씩 가져가는 것입니다.
투자·제작사 입장에선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제작비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반면 극장은 흥행이 부진한 영화를 언제든 다른 영화로 교체할 수 있어서 투자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투자·제작사는 이런 점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며 극장과 똑같은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것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해왔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이 문제의 개선을 권고해왔습니다. 지난 7월 씨지브이(CGV)가 ‘부율’을 55 대 45로 투자·제작사 쪽에 유리하게 조정했고, 두달 뒤인 이번에 롯데시네마도 조정한 것입니다.
롯데시네마 쪽은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자 제작사들한테 수익 증대를 보장해 한국 영화의 질을 끌어올릴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업계 1, 2위인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70%를 넘는 만큼 ‘55 대 45 부율’이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입장입니다. ‘55 대 45 부율’이 두 극장의 서울지역 직영 극장에서만 적용돼, 실제로는 전체 극장의 20% 정도만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또 업계 3위인 메가박스는 아직 ‘50 대 50’ 부율을 유지한 채, 일단 다른 극장들의 부율 조정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영화계에선 “합리적인 입장권 수익 배분을 통해 영화에서 얻은 수익이 다시 투자·제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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