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홍씨네 유씨네]
80년대 인권변호사 시절 다룬 영화 ‘변호인’ 12월 개봉
국내에선 전직 대통령 캐릭터가 주연으로 나온 첫 영화
80년대 인권변호사 시절 다룬 영화 ‘변호인’ 12월 개봉
국내에선 전직 대통령 캐릭터가 주연으로 나온 첫 영화
할리우드에서 ‘전직 대통령’은 꽤 매력적인 영화의 소재로 쓰여왔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2012년 작품 <링컨>에서 링컨을 위대한 인류애를 가진 인물로 묘사했고, 올리버 스톤 감독은 (1991)와 <닉슨>(1996)에서 각각 반전주의자로 살다가 희생당한 케네디와 불법도청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파멸하는 닉슨 전 대통령을 실감나게 그렸습니다. 당대의 명감독들과 대니얼 데이루이스, 케빈 코스트너, 앤서니 홉킨스 같은 명배우들이 호흡을 맞춘 이 전직 대통령 영화들은 예술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영화에서 전직 대통령은 인기 없는 소재였습니다. 역대 대통령 상당수가 독재, 친일, 군사 쿠데타 등 도덕적인 결함을 지닌 탓에 착한 주인공에 어울리지 않고, 실제 인물들의 외골수 이미지가 강해서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내면을 가져야 할 악역 주인공으로 삼기도 곤란했을 것 같습니다. 이런 탓에 전직 대통령들은 영화에서 대개 암울한 시대 배경을 만드는 엑스트라급 조연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26년>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 사람’이라는 인물로 그나마 비중있는 조연급 악역을 맡은 정도가 대표적입니다.
실존했던 전직 대통령 캐릭터가 첫 주연으로 나선 영화 <변호인>(양우석 감독)이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에는 ‘고졸에 돈도 빽도 없이 사법고시를 패스한’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이 등장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정권 시절 부산에서 벌어진 용공조작 사건 ‘부림 사건’을 담당하며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고 합니다.
최근 첫 홍보 영상이 공개되면서 벌써부터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 배우 송강호가 전직 대통령 역을 맡는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국내 배우들이 영화적 재미나 완성도와 상관 없이 인기 정점에 있을 때 정치적 논란이 될 만한 배역을 피해왔던 모습과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영화처럼 극적인 삶을 살았던 전직 대통령의 이야기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집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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