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랑’] 홍씨네 유씨네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2월6~16일)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영화제에는 한국 영화 3편이 초대 받았습니다. 입시 경쟁, 소수자 차별, 계급 문제 등을 다룬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은 파노라마 부문에 나섭니다. 1994년 지존파 사건부터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을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한 정윤석 감독의 <논픽션 다이어리>와 ‘철’의 관점에서 왜곡된 한국 산업화의 뼈대를 되짚어본 박경근 감독의 <철의 꿈>은 각각 ‘포럼 부문’에서 상영됩니다. 다양성 영화에 대한 실질적 지원도, 심리적 응원도 부족한 국내 환경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 빛이 납니다.
아쉬운 점은 국내의 이른바 ‘주류 영화’들은 최근 이런 예술적 성취를 포기한 듯 느껴진다는 부분입니다. 한편으로 다양성 영화들은 상업성을 띠기 위한 최소한의 제작비조차 마련하지 못해 대중 관객한테서 점점 멀어지는 듯한 것도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한국적 현실에서 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처럼 대규모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가 나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런 얘기 뒤에는 흔히 ‘다양성 영화마저 그저 웃고 떠들라는 거냐’라거나, ‘상업영화에서 따분한 예술 같은 걸 논하라는 거냐’라는 반론을 부릅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자본의 논리’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지니면서 이런 경향이 강해졌을 뿐, 다양성 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가 애초부터 이렇게 뚜렷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시아의 거장’ 차이밍량 감독이 수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해 남긴 경고를 되새겨볼 만합니다. “이전에는 모든 영화에 예술성과 오락성이 함께 있었는데, 배급 라인이 생겨나면서 예술영화와 상업영화가 구분됐습니다. 상업영화만 남게 되면 현실 도피 말고 영화에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요? 산업 논리만 남는다면 영화는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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