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네 유씨네
‘뽀통령’이라 불리며 어린이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는 뽀로로, 그리고 로보카 폴리와 라바, 빼꼼까지 40여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대거 등장합니다. 무슨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평소 어린이들한테 꿈과 희망을 전해주던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이유는 안타깝게도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날 국회에서는 지난해 발의된 ‘애니메이션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애니메이션 육성법)에 관한 토론회가 열립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주요 단체 7곳이 뭉친 ‘한국애니메이션발전연대’는 토론회에 앞서 자신들이 창작한 애니메이션 주인공들과 함께 이 법의 필요성을 알리고,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촉구합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은 대개 지상파 방송 판매용으로 제작되는데, 20분짜리 한편당 평균 1억원 정도 제작비가 듭니다. 하지만 방송사의 구매 단가는 1000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제작사들은 부가 수익을 모두 포함해도 제작비를 평균 20% 정도밖에 회수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탓에 애니메이션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어렵게 투자사들을 구해도 저작권 수익의 상당 부분을 지분으로 요구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 애니메이션계의 주장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이 자생력이 약화하면서, 극장용 국산 애니메이션마저 제작 기반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업계가 침체를 겪으면서, 지난해 1000억원대가 넘는 극장 영화계 ‘전체 관람가’ 시장의 90% 이상을 외화들이 차지하는 상황입니다.
역대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인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은 “어린이들이 주로 소비하는 애니메이션은 한 나라의 문화 뿌리가 된다”며 “실사 영화와 달리 국적이 없는 ‘거대한 문화시장’이기도 한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애니메이션계는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제작비 지원, 제작 전문인력 양성, 기술개발, 해외진출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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