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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성 영화인 10명 중 1명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 받았다”

등록 2018-02-06 23:06수정 2018-02-07 17:25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 실태조사-
잇단 성폭력 사건에 작년 영진위·여성영화인모임 나서
연출·배우·스태프 등 749명…영화계 최초 실태조사
직접 경험 20% “원치않는 성접촉”, 26% “데이트 강요”
“영화계 성폭력 만연” 피해자들 주장 수치로 첫 입증
프리-프러덕션 단계서 많이 당해…‘갑을 관계 성폭력’
이미지 훼손이나 캐스팅 배제 우려에 문제제기 못해
자료: 영진위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자료: 영진위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배우, 연출, 작가, 스태프 등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 10명 중 1명이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강요 당했다는 비율도 20%에 달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여성영화인모임 등이 손잡고 지난해 6~10월 영화계 종사자 각 직군 총 7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영진위는 지난해 영화계 성폭력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자 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에 나선 바 있다. 영화계에서 국비를 들여 공식적인 ‘성폭력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 최종 보고서는 오는 3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자료: 영진위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자료: 영진위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실태조사 중간 결과 보고서’를 보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직접 경험을 묻는 질문에 여성 11.5%(남성 2.6%)가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19.0%(남성 9.7%)가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도록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사적인 만남이나 데이트를 강요당했다’는 비율도 26.2%(남성 10.9%), 외모에 대한 성적 평가나 음담패설을 경험한 사람은 35.1%(남성 20.3%),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당한 경험을 한 비율은 29.7%(남성 15.0%)나 됐다. “영화계에 성희롱과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자료: 영진위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자료: 영진위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성희롱·성폭력을 목격했다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음담패설(이하 남녀 전체 31.0%), 술자리 강요(24.5%), 가슴 등 신체 부위 응시(23.7%), 데이트 강요(13.0%)를 목격한 경우도 많았다. 간접적으로 성희롱·성폭력 경험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훨씬 더 많았다. ‘원하지 않는 성관계 요구를 당한 사례를 들은 적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39.0%에 달했다. 데이트 강요(40.1%), 음담패설(43.4%), 성적 사실관계나 성적지향을 집요하게 묻거나 의도적으로 유포(36.8%)하는 사례를 들은 경험은 비일비재했다.

가해자의 성별은 91.7%로 남성(여성 7.9%)이 압도적이었지만, 최근 발생한 ‘이아무개 감독 사건’처럼 여성-여성 동성 간 성폭력도 5.4%였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술자리·회식이 57.2%로 압도적이었다. 외부 미팅 등 일 관련 외부 장소(25.1%), 촬영 현장(21.4%)이 뒤를 이었다. 사건이 일어나는 단계를 보면, 프리 프러덕션(기획 준비 단계)이 52.7%로 절반이 넘었다. 영화 입문 단계도 21.4%였다.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일을 빌미로 한 ‘갑을 관계 성폭력’이 많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료: 영진위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자료: 영진위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하지만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경우는 적었다. 56.6%는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으며, 39.4%는 ‘모르는 척하면서 피했다’고 답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주변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0.7%에 불과했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34.9%는 ‘넘어가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느껴서’라고 답했고, ‘업계 내 소문이나 평판에 대한 두려움’(31.1%), ‘캐스팅이나 업무 수행에서 배제될까 봐’(26.6%)가 그 뒤를 이었다.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도리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적극적인 대응을 막는 원인인 셈이다.

영화계의 성폭력 해결 의지에 대해서도 불신이 높았다. ‘이전 사건이 적절히 처리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80.6%,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조직 문화가 없다는 응답도 67.9%에 달했다. 이번 설문은 영화업계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실태를 파악하는 기초 조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영진위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수정·보완·분석 작업을 거쳐 3월초 공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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