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진실을 감춘 판문점의 남북 병사, 분단영화의 새로운 서사 창조

등록 2019-07-02 07:22수정 2019-07-04 14:05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22)공동경비구역 JSA
감독 박찬욱(2000년)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이수혁 병장(이병헌)은 어느 날 실수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지뢰를 밟게 되는데,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과 전사 정우진(신하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이 일로 셋은 가까워지게 되고 수시로 북한 초소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이수혁 병장(이병헌)은 어느 날 실수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지뢰를 밟게 되는데,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과 전사 정우진(신하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이 일로 셋은 가까워지게 되고 수시로 북한 초소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박찬욱 감독의 번째 장편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는 200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그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린 첫번째 영화다. 당시 579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이전 기록)을 동원하며 잠시나마 한국영화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언제나 아시아 영화에 큰 관심을 보여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3) 홍보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 기자들을 향해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의 라스트 신은 지난 10년간 본 최고의 라스트 신이었다”고 격찬하기도 했다. 흑백사진으로 완성된 그 유명한 라스트 신뿐만 아니라, 극중 대사에서 “진실을 감춤으로써 평화를 유지하는 곳”이라고 표현한 판문점에서 남과 북의 병사들은 순수와 광기를 넘나드는 미묘한 간극을 잘 드러냈다. 과거 반공영화의 서사와 선을 긋는 짧은 축제나 마찬가지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난다. 중립국 감독위원회는 진상규명을 위해 스위스 국적을 지닌 한국계 군인 소피 장(이영애) 소령을 책임수사관으로 파견한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난다. 중립국 감독위원회는 진상규명을 위해 스위스 국적을 지닌 한국계 군인 소피 장(이영애) 소령을 책임수사관으로 파견한다.
그 뒤 정우성(<강철비>), 하정우(<베를린>), 공유(<용의자>), 현빈(<공조>), 강동원(<의형제>), 김수현(<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당대 충무로의 대표 남자배우들은 앞다퉈 새로운 북한군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런 흐름이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즐기고 초코파이를 한입에 삼키는 오경필(송강호)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2016)를 통해 한국영화계 젠더 감수성의 변화를 보여준 대표적인 창작자로 각인됐는데, 그 단초 또한 이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가 된 인민군 장교로서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을 선택했던 아버지의 비극적 운명을 기억하고 있는, 영화 속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파견된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속 한국계 스위스인 소피(이영애)는 원래 남성 캐릭터였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남성들의 억압적 군대 문화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엄정한 진실의 감시자로서의 여성을 부각하기 위해 성별을 바꿨다. 박찬욱 감독이 첫번째 상업적 성공을 거둔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 이면엔, 지금 우리가 경탄해 마지않는 ‘박찬욱 월드’의 어떤 원형이 담겨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주성철/<씨네21> 편집장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