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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군사정권 틈바구니 헤집고, 역사의 정중앙에 놓은 ‘빨치산’

등록 2019-07-16 07:20수정 2019-10-10 10:12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31)남부군, 감독 정지영(1990년)
조선중앙통신사의 종군기자인 이태(안성기)는 인민군이 패전을 거듭하자 조선노동당 유격대에 합류한다. 계속되는 전투에 굶주리다 봄이 오자 진달래를 따 먹는다.
조선중앙통신사의 종군기자인 이태(안성기)는 인민군이 패전을 거듭하자 조선노동당 유격대에 합류한다. 계속되는 전투에 굶주리다 봄이 오자 진달래를 따 먹는다.
시대가 영화를 자유롭게 하는 것 같지만 종종 영화가 시대를 연다. <남부군>은 영화의 사회적 실천이 역사에 어떤 족적을 남기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으로 평가된다. 이 영화가 나온 1990년은 김영삼의 문민정부가 탄생하기 3년 전이고 이른바 강경대 사태와 노동자들의 시위가 일어나기 한해 전이었다. 이 무렵에 있었던 ‘3당 야합’은 한국 사회가 의사(擬似) 민주주의의 허울에 신음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전두환식의 뻔뻔한 독재가 싸우기에 편하다’는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한국 사회는 아직 차디찬 새벽이었던 셈이다. 여전히 검열과 통제가 횡행했으며 많은 창작자에게 공안의 두려움을 안겨주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명백히 ‘빨갱이들’의 얘기를 다룬 <남부군>이 기획되고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노태우 정권의 자신감이 역설적으로 흔치 않은 기회를 준 셈인데 정지영 감독이 기민하게 그 순간을 포착해낸 것이다. 시대라고 하는 것은 언제든 그 틈바구니 사이를 삐져나와 진실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남부군>은 이태(본명 이우태)가 쓴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으로 6·25 전쟁 후 지리산 일대에서 남한의 자생적 사회주의자들이 벌인 무장투쟁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기자 출신인 주인공 이태(안성기)의 시각으로 그려지는 내용이어서 중립적인 척, 휴머니즘인 척하지만 사실상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지리산 빨치산들을 역사의 정중앙에 갖다 놓은 ‘위험한 위업’을 시도한 작품이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겸비한 남부군의 김희숙(이혜영) 대원은 동료가 연합군에게 공격받아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더는 고통받지 않도록 직접 총을 쏜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겸비한 남부군의 김희숙(이혜영) 대원은 동료가 연합군에게 공격받아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더는 고통받지 않도록 직접 총을 쏜다.
2019년인 지금 봐도 극우 세력들의 심기를 건드릴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남부군>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지리산 빨치산을 동정적, 동조적 시선으로 그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정지영 감독은 이현상(남조선노동당 간부인 남부군 사령관) 역으로 카메오 출연까지 감행한다. <남부군>은 개봉 당시 서울 기준 37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그해 흥행 순위 2위에 오른다. 시대가 얼마나 진실에 목말라 했는가를 보여주지만 한편으론 안성기·이혜영·최민수 등 스타 캐스팅과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 등 상업영화적 요소와 장르적 재미 역시 남달랐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동진/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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