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이의 발자취] 이일훈 건축가를 추모하며
고 이일훈 건축가. 건축연구소 후리 제공
건축이라고 하셨죠
노동자들 햇볕 바람 쬐게
공장도 여러채로 나눠 지었죠 선생님 지은 집에서 14년째 살아
자다가도 깨어 ‘집 좋구나’ 혼잣말 칼같이 시간을 맞추는 한국의 고속열차가 무슨 일인지 전기가 끊어져서 연착이 된 날이었습니다. 환승 기차를 놓쳐서, 천안아산역에서 한시간 반 뒤에 오는 다음 열차를 기다리다가 ‘면형의 집’ 원장인 양운기 수사님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위독하시다고요. ‘할 일이 있거든 지금 하십시오, 내일은 상대가 당신 곁에 없을지도 모릅니다’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그간 생각해두고 아껴둔 말들을 더는 선생님께 전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2005년 8월 집 설계를 하러 처음 찾아간 자리에서 건축가인 선생님은 저에게 물었습니다. 집 설계와 그 말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몰라서 제가 갸우뚱했지요. 선생님은 어떻게 짓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먼저 묻는 게 건축이라고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 말을 이해한 뒤로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건축 구경을 할 때, 집을 둘러볼 때, 그 생김새에 대해 먼저 말하게 되지요. 그렇게 겉모습을 말한 다음에는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어떻게 살까, 저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은 노동환경이 쾌적할까’ 하고 물어주세요.” 선생님의 물음 덕분에 건축을 볼 때 건축물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멋있게 보여도 사람을 함부로 취급해서 건강하게 하지 않는 건축물을 가려내게 되었습니다.
제주 서귀포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피정 시설인 ‘면형의 집’. 진효숙 제공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자비의 침묵 수도원 ‘겸손의 복도’. 진효숙 제공
1998년 인천 만석동에 지은 기찻길 옆 공부방의 2010년 겨울 모습. 진효숙 제공
인천 숭의동성당. 노경 제공
2012년 12월 필자 송승훈 교사의 남양주 집 ‘잔서완석루’ 탐방을 온 교사들에게 고 이일훈(오른쪽 둘째) 건축가가 설명을 하고 있다. 서해문집 제공
고 이일훈(오른쪽) 건축가가 필자 송승훈(왼쪽) 교사와 함께 지은 남양주의 집 ‘잔서완석루’를 방문했던 2014년 6월의 모습. 송승훈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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