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왼쪽부터)와 첼리스트 문태국,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트리오로 뭉쳤다. 금호아트홀 제공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습실. 피아니스트가 솔로를 이어가는 동안, 바이올리니스트는 어깨를 들썩였고, 첼리스트는 고개를 까닥였다. 눈짓, 몸짓만으로 차이콥스키 피아노 3중주의 박자와 타이밍을 척척 맞춰나갔다.
피아니스트 박종해(33)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8), 첼리스트 문태국(29)이 ‘피아노 트리오’로 뭉쳤다. 둘씩 듀오 공연은 해봤어도 셋이 트리오로 합을 맞추긴 처음이다. 22·23일 금호아트홀에서 슈베르트의 삼중주 1, 2번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삼중주를 연주하는 이들의 공연엔 ‘스페셜 콘서트’란 이름이 붙었다.
셋은 형, 동생으로 부르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 리허설 도중 만난 이들은 인터뷰 내내 웃음을 이어갔다. 유수의 국제 음악콩쿠르 입상자에,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출신이란 점도 셋의 교집합이다. 박종해는 2019년, 양인모는 2018년, 문태국은 2017년 상주음악가였다. 맏형 격인 박종해는 “서로 연주 스타일을 잘 알아 눈치껏 조율할 수 있다”고 했다. 문태국은 “우리 둘은 성격유형검사(MBTI)도 같은 아이엔에프피(INFP)”라며 양인모를 바라보며 웃었다. 양인모는 “우리 셋은 말로 하면 어색한데 음악으로 하면 편하다”며 “악기가 소통 창구”라고 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조합의 피아노 트리오는 독주자로 활동하는 정상급 연주자들이 팀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선 정명훈의 피아노에, 정경화의 바이올린, 정명화의 첼로가 가세한 ‘정트리오’가 대표적이다. 박종해·양인모·문태국도 이번 공연을 계기로 일정을 맞춰 트리오 공연을 해 나가기로 했다. 양인모가 “가끔 이렇게 모여 서로 음악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확인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하자, 박종해, 문태국도 “우린 성격도 비슷해 싸우지 않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양인모는 “우리 셋이 한 배를 탔다”며 쐐기를 박았다.
트리오 이름을 지었느냐는 물음에, 셋은 “언제나 이름이 문제”라며 웃기만 했다. 다만, 세 사람 모두 국내외 연주 일정이 많고, 양인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문태국은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이어서 일정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압도적 음량의 피아노와 다른 개성의 바이올린, 첼로가 만나는 피아노 트리오는 균형과 배려가 중요하다. “민주적인 귀가 필요해요.” 양인모는 “균형을 유지하려면 자기 역할이 뭔지 아는 게 중요하다”며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며 내 위치가 어디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죠”라고 말한 박종해는 “악기들이 서로 존재감을 덮지 않아야 한다”며 “나도 본분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세세한 뉘앙스를 찾는 과정이 매력적이에요”라는 문태국은 “트리오엔 솔로나 듀오 연주에서 만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고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왼쪽부터)와 피아니스트 박종해, 첼리스트 양인모 모두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했다. 금호아트홀 제공
‘위대한 예술가를 기억하며’라는 부제가 붙은 차이콥스키 삼중주는 50분에 육박하는 대곡이다. 박종해는 “삼중주를 하는 김에 도전하는 곡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선곡 배경을 설명했고, 이 곡을 처음 연주하는 양인모는 “우리 스타일에 뭔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고 했다.
슈베르트 삼중주 1번과 2번도 널리 연주되는 인기곡이다. 특히 2번 2악장은 최민식, 전도연 주연 영화 ‘해피엔드’의 마지막 장면에 쓰인 이후 국내에서 인기가 높다. 문태국은 “두 곡 모두 장조인데도 아련하고 슬프다”며 “1번이 삶을 향한다면, 2번은 죽음을 향하면서 멈출 수 없는 운명적 느낌”이라고 했다. 양인모에게 1번은 “시인 슈베르트”였고, 2번은 “방랑자 슈베르트”였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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