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가위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은 지난해보다 비쌀 전망이다. 사진은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홍로 고르는 시민. 연합뉴스
50대 주부 이아무개씨는 한가위 차례상을 준비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다. 올해엔 특히 과일값이 폭등한 탓이다. 이씨는 “사과 2~3개에 만원이니 평소엔 비싸서 먹지도 못한다”며 “물량이 더 풀려 가격이 내릴 가능성이 있으니 한가위 직전에 딱 차례상에 올릴 만큼만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한가위 차례상 준비 비용은 지난해와 비슷하고, 채솟값보단 사과와 밤값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13일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차례상 품목 구매 비용(4인 가족 기준)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전통시장에서 차례상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만9천원으로 지난해(30만원)보다 3% 증가했다. 대형마트에서 살 때 드는 비용은 40만3280원으로 지난해 39만5290원보다 약 2% 더 들었다. 두 곳에서 소요되는 비용 모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통시장 구매 비용이 대형마트보다 30.5% 더 저렴했다.
품목별로는 지난해 한가위 때 차례상 비용을 크게 올렸던 채소류 가격이 올해에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 이후 날씨가 안정됐고, 한가위가 늦은 까닭에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통시장 기준으로 지난해 한가위에 견줘 배추(30%), 애호박(33.33%), 대파(16.67%) 등이 크게 내렸다.
반면, 과일과 견과류 가격은 상승해 부담이 커졌다. 특히 일조량 부족과 탄저병으로 사과값(33.33%)이 크게 올랐고, 밤(14.29%)도 생육 환경 악화로 공급량이 감소해 값이 뛰었다.
배 재배면적 감소와 태풍·폭염 등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햅쌀(20%) 가격도 올랐고, 수입량이 감소한 조기(20%)도 가격이 뛰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올해 추석은 비교적 늦은 편이지만, 여름철 기상 악화 탓에 일부 품목은 가격이 높은 만큼 햇상품이 본격적으로 출하해 가격이 안정된 이후 구매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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