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쇼핑·소비자

침대 넘어 건강팔찌·벽지에도 방사선?…라돈 공포 확산

등록 2018-05-17 16:00수정 2018-05-17 21:07

라돈 방출 ‘음이온 파우더’ 팔찌·벽지 등 광범위하게 사용
전문가 “음이온 배출제품 사지 마라”…라돈 측정기 품귀
대진침대 소비자들 정부에도 분노…집단소송에 포함키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에서 라돈방사선침대 리콜 확대 및 사용자 건강 전수조사, 감사원의 특별감사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에서 라돈방사선침대 리콜 확대 및 사용자 건강 전수조사, 감사원의 특별감사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대진침대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라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라돈이 검출된 원인인 모나자이트가 침대 외에 일부 건강 팔찌·목걸이와 벽지 등 생활용품에 쓰인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발표가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나자이트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희토류의 일종이다. 모나자이트 안에는 미량의 우라늄과 토륨이 들어 있는데, 함량이 높을 경우 라돈이 대량 발생한다. 모나자이트를 가루 형태로 만든 것을 흔히 시장에서 ‘음이온 파우더’라 부른다. 음이온 파우더를 도포한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된 것이다.

문제는 모나자이트로 만든 음이온 파우더가 그동안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진침대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대진침대 매트리스 제조사가 2013년부터 한 업체에서 구입한 모나자이트가 2960㎏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업체 한군데에서만 66개 사업체에 모나자이트를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음이온 파우더는 최근 인기가 높은 일부 건강 팔찌와 목걸이는 물론이고 벽지에도 사용된다. 이미 2007년에 일부 돌침대에서, 2011년엔 벽지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음이온 방출’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특허청에서 음이온 배출 기능으로 특허를 내준 제품이 18만여개에 이른다. 지금도 각 온라인 쇼핑몰에서 ‘음이온’이나 ‘희토류’를 검색하면 다양한 건강 기능 제품들이 쏟아진다. 이들 가운데 모나자이트를 쓴 제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어버이날 선물로 부모님께 건강 팔찌를 선물한 주부 김현미(40)씨는 “건강에 좋다는 음이온이 나온다고 해 구입했는데 너무 걱정이 된다”며 “부모님께 일단 차지 말라고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공포는 라돈 측정기 품절 소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라돈 측정기 생산 업체는 “주문량 증가로 22일 이후에나 배송이 가능하다”고 공지를 한 상태다.

한 라돈 측정기 생산 업체의 배송 지연 공지문. 인터파크 갈무리
한 라돈 측정기 생산 업체의 배송 지연 공지문. 인터파크 갈무리
전문가들은 안전성 검증이 끝나기 전까지 음이온 제품 구매를 삼가라고 조언한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탈핵팀장은 “음이온 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문제가 된 모나자이트를 썼을 가능성이 높다”며 “음이온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명확하게 입증된 것이 아니니 굳이 음이온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고객상담실로 음이온 방출 제품의 라돈 검출 여부를 묻는 문의가 들어오는 상태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정확한 조사 결과와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임의로 판매 중단 등 조처를 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칫 판매자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정부를 향한 분노로 확산되는 중이다. 대진침대 쪽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소비자들은 정부를 소송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과거부터 모나자이트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책임을 방기했다는 이유다. 이미 법무법인에 위임장을 낸 사람만 1600여명에 이른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태율의 김지예 변호사는 “기형아를 출산했다는 사례가 접수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피고에 포함시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7일 성명을 내어 “정부는 라돈 검출 사건을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규정하고 철저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통해 “모나자이트와 같은 70여개의 천연방사성핵종(자연상태에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을 생활제품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열쇳말

모나자이트 대표적인 희토류 광석으로 미량의 우라늄과 토륨을 보유하고 있음. 음이온을 방출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우라늄과 토륨의 농도가 높으면 발암물질인 라돈이 대량 발생됨.

라돈 무색·무미·무취의 자연 방사성 기체. 암석·토양 중에 존재하며 주로 건물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됨.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8년 만에 출시하는 ‘닌텐도 스위치2’…게이머들 벌써 ‘두근’ 1.

8년 만에 출시하는 ‘닌텐도 스위치2’…게이머들 벌써 ‘두근’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2.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순익 58% 뛴 코스트코, 연회비 5월부터 최대 15% 인상 3.

순익 58% 뛴 코스트코, 연회비 5월부터 최대 15% 인상

국내 항공사 항공기 416대 ‘역대 최다’…올해 54대 추가 도입 4.

국내 항공사 항공기 416대 ‘역대 최다’…올해 54대 추가 도입

작년 폐기한 돈 3조4천억원…쌓으면 에베레스트 23배 높이 5.

작년 폐기한 돈 3조4천억원…쌓으면 에베레스트 23배 높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