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 누리집을 통해 알린 대진침대 관련 문의 전화번호.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닷새 만에 기준치 이하에서 기준치 초과로 바뀌어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라돈을 내뿜는 물질 ‘모나자이트’를 사간 곳이 대진침대에 납품한 업체를 비롯해 66곳에 이른다는 것만 밝혀졌을 뿐 어디에 얼마만큼 사용·유통했는지는 전혀 파악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생활방사선에 대한 경각심과 정부의 안전관리 대책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안위는 지난 10일에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1개를 조사한 결과 연간 외부피폭 방사선량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정한 가공제품 안전 기준(1밀리시버트)에 못 미치는 0.06밀리시버트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5일이 지난 뒤에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7종의 연간 피폭선량이 1.59~9.35밀리시버트로 측정됐다며 제품 수거 등 행정조처에 나서겠다고 했다. 소비자들에게 ‘괜찮다’고 했다가 닷새 만에 위험하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원안위는 “조사 범위를 확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1개 매트리스의 속커버만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가, 그 뒤 조사 대상을 2010년 이후 대진침대가 판매한 매트리스 전체로 넓히고 스펀지까지 조사해보니 피폭선량 값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처음 이 문제를 다룬 언론이 속커버를 주로 다뤄서 해당 매트리스 속커버에 대한 조사 결과를 일단 발표했던 것”이라며 “그 뒤 확대조사를 해보니 속커버보다 스펀지에서 더 많은 모나자이트가 검출돼 피폭선량 값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안위의 전문성 부족이 혼란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생활방사선 물질을 어떻게 관리하고 규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생활방사선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도 아닌데 매트리스 1개만 조사한 뒤 피폭선량이 기준치 미달이라고 발표한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원안위의 안전 불감증과 안전관리 능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원안위 차원에서 대진침대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비판했다.
라돈을 내뿜는 천연방사선핵종인 토륨이 높게 함유된 모나자이트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에도 시중에서 판매된 한 온열매트에 모나자이트가 사용돼 최대 1.09밀리시버트의 피폭선량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당시 자연방사선이 방출되는 희토류 광물질 유통과 사용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규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2년 7월 생활방사선법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법에 허점이 많아 생활방사선 물질의 취급 범위와 유통경로가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대진침대에 모나자이트를 판매한 업체 등 66곳에 모나자이트가 판매된 것은 파악되지만, 그 뒤 유통경로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현행 생활방사선법상 원료물질 수출입업자가 원안위에 신고하고, 수입업자의 경우 최초 판매 대상까지는 원안위에 보고가 되지만, 그 뒤 유통 현황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침대 매트리스뿐 아니라 음이온 방출 팔찌 등 각종 모나자이트 사용 제품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원안위는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하겠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제도 미비점 보완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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