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 ‘인디언 기우제’식 고발에 검찰 기소로 화답 감사원장·검찰총장 대선 발판 삼은 최악 ‘정치 사법화’
[논썰] 황당한 ‘탈원전 때리기’, 최재형·윤석열은 뭘 노렸나
그들은 왜 탈원전 때리기에 올인했을까?
안녕하십니까? 한겨레 논썰, 정남구입니다.
오늘은 2017년 10월 정부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중심부를 떠돌던 화두, 이른바 ‘탈원전’ 논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담긴 핵발전 관련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원전은 공사를 재개한다. 나머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백지화한다.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다.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은 하지 않는다.’
이 로드맵에 따른다면, 지금 공사 중인 원전이 상업운전을 시작할 때까지 몇년간은 원전이 더 늘어납니다. 그 뒤 수명을 다한 노후 원전들이 하나씩 하나씩 폐로에 들어가고, 60여년이 지난 뒤에는 국내 원전은 소멸하게 됩니다.
[논썰] 황당한 ‘탈원전 때리기’, 최재형·윤석열은 뭘 노렸나
정부의 이런 에너지 정책은 자유한국당,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습니다. ‘탈원전 탓에 미세먼지가 늘어났다. 탈원전 탓에 한국전력의 관리 능력이 떨어져 강원도 산불이 일어났다. 전기요금이 오른다, 전력대란이 일어난다.’ 이런 공격이 쉼 없이 이어졌고, 원자로 설비를 만드는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때문에 망할 지경이다, 이런 공격도 있었습니다.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을 두고는, “멀쩡한 원전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서 문 닫게 했다”는 내용으로 감사 요청,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감사원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지적했으나 형사 고발할 사안은 아니라고 했고, 서울중앙지검도 몇차례 고발을 각하하고 불기소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고발이 이어졌고 마침내 대전지검이 지난 6월 말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3명을 기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뭐가 진실일까요?
원자력 발전, 핵발전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전세계에 32개국이 원자로를 1기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93기로 가장 많고, 프랑스가 56기, 중국이 51기, 러시아가 38기, 일본이 33기, 한국이 24기 순입니다. 21세기 들어 중국이 급격히 원전을 늘리면서 우리나라 원자로 보유 기수는 5위에서 6위로 내려왔습니다.
원전의 전성시대는 1970년대와 1980년대였습니다. 1970년대 10년간, 315기를 착공했습니다. 1980년대에도 166기를 착공했습니다.
그런데 첫번째 변곡점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1986년 옛 소련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입니다. 핵폭탄이 떨어진 것에 버금가는 피해가 발생하면서 핵발전에 대한 인류의 기대는 싸늘해졌습니다. 1990년대 10년간 신규 원전 착공 건수는 29건으로 급감했습니다.
[논썰] 황당한 ‘탈원전 때리기’, 최재형·윤석열은 뭘 노렸나
그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또 한차례 대규모 원전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간 나오토 당시 총리는 “일본 열도의 절반이 날아갈 뻔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지난 10년간 배상과 폐로 등에 쓴 돈은 우리 돈으로 140조원에 이릅니다. 일본 정부는 총액 255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금도 사고 상태로 방사능을 대기와 해양으로 내뿜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0년간, 전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딱 2기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늘고, 어느 나라에서 줄었을까요?
[논썰] 황당한 ‘탈원전 때리기’, 최재형·윤석열은 뭘 노렸나
원전이 제일 많은 미국에서 10기 줄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일본에서 21기가 줄었고, 공격적 탈원전을 개시한 독일에서 9기가 줄었습니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중국, 37기나 늘렸습니다. 러시아가 6기, 인도가 4기, 파키스탄이 3기를 늘렸습니다. 우리나라도 3기를 늘렸습니다.
원전 건설에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과 인도 정도입니다. 현재 중국이 13기를 건설 중이고, 인도가 6기를 건설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4기를 건설 중입니다.
세계 원전 건설이 다시 활발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중국 착시 때문입니다. 중국은 석탄 사용이 많아서, 그로 인한 대기 오염이 매우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를 원전으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반면 원전 선진국들은 기후위기가 오기 전에, 핵발전의 문제를 인식하고, 원전을 동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류의 생명과 안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사고 위험, 답을 찾을 수 없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가 걸림돌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위험 관리, 뒤로 미뤄놓은 폐로 비용 등을 다 고려하면 경제성도 자신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7월12일 6년 만에 발전원별로 발전 비용을 다시 추산해 발표했습니다. 2030년이 되면 원전은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비싸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원전회사들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소형화를 통해 안전성을 높이자는 건데, 그러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고속로라든지 새로운 원전 기술도 연구 중인데, 연구를 거치고 실험로, 실증로를 거쳐야 상업로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까지 최소 10년은 지나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신재생 에너지 투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원전을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목소리가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원전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적극 나서는 곳은 중국 말고는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은 이런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나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체감도가 높은데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관리 실태가 얼마나 엉망인지를 확인했고, 2016년에 경주에서 규모 M5.8의 큰 지진이 일어나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60년 이상에 걸친 ‘단계적 탈원전’ 계획이 나왔습니다.
말로만 ‘탈원전’이란 비판도 있었고, 반대로 세계적 수준의 원전 기술을 사장시킨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원전 ‘확대’보다는 ‘축소’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한국갤럽의 2018년 6월 넷째주 조사에 포함된 원전 관련 의견을 보면,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14%이고,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32%였습니다. 나머지는 현상 유지, ‘모르겠다’입니다. 안전사고 위험성, 환경 문제를 원전을 축소해야 할 이유로 많이 꼽았습니다.
에너지 전환 로드맵이 발표되고 이 로드맵에 따른 후속 조처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실행에 옮겨지자, 조직적인 `탈원전 때리기’가 시작됐습니다. 미세먼지가 많아도 탈원전 탓이다, 산불이 나도 탈원전 탓이다, 한국전력 적자는 탈원전 탓이다, 탈원전 탓에 전기요금이 오르게 됐다, 올여름에는 탈원전 탓에 ‘전력 대란’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주장도 쏟아졌습니다.
얼마나 급격히 탈원전을 했기에 이런 말이 나온 것일까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놀라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탈원전은 아직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월성 1호기를 영구 정지하기로 한 것이 ‘탈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만, 월성 1호기조차 정부가 조기 폐쇄를 결정하기도 전에 법원이 수명연장을 무효화했고, 또 원자로 부벽에 심각한 콘크리트 결함이 발견돼 운전을 정지했습니다. 새로 지은 신고리 4호기가 2019년 4월 상업발전을 시작했고, 신한울 1호기도 내년 초 상업운전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를 지으면, 우리나라 원전 설비는 더 늘어납니다.
어쨌든 월성 1호기를 문 닫은 것은 사실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월성 1호기는 영구정지 전 연간 전력 생산량이 우리나라 전체 전력 생산의 0.6%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미세먼지, 산불, 한국전력의 수지, 전기요금, 전력예비율, 이런 것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엔 너무 작은 존재였습니다.
[논썰] 황당한 ‘탈원전 때리기’, 최재형·윤석열은 뭘 노렸나
그런데도 ‘탈원전이 문제다’ ‘탈원전 탓이다’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탈원전 탓’은 정말 집요했습니다. 그걸 믿는 사람이 적잖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직 탈원전은 본격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전력이 발간하는 <전력통계월보>에서 원전 설비용량, 원전의 전력 생산량을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전 설비 용량은 계속 늘고 있고,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원전의 전력 생산량도 2020년까지 늘어나고 있습니다.
[논썰] 황당한 ‘탈원전 때리기’, 최재형·윤석열은 뭘 노렸나
온갖 공격을 받고 있는 탈원전이 아직은 실체가 없는, 비난하고 싶은 사람들이 억지로 만들어놓은 ‘허깨비’인 것입니다.
탈원전이 나라를 망쳤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사례로 드는 것이 두산중공업입니다. 2019년 유동성 위기에 처해, 두산그룹을 위기에 빠뜨린 회사가 두산중공업입니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를 비롯하여 원전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이 위기에 처한 것은 경영위기에 처한 두산건설에 2013년 막대한 지원을 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2014년부터 매년 금융 손실만 2천억원가량에 이르렀습니다. 두산건설은 화력발전 비중이 70%에 이르고, 원전 비중은 15%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력발전소 발주를 줄였습니다. 그로 인한 타격이 컸을 뿐, 국내 원전 매출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탓에 망하게 됐다’, 이런 주장이 쏟아졌을까요? 저는 탈원전 계획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탈원전의 피해 사례를 창조해냈다고 봅니다.
[논썰] 황당한 ‘탈원전 때리기’, 최재형·윤석열은 뭘 노렸나
독일 나치 정권에서 선전장관을 지내면서, 여론조작을 담당했던 괴벨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메시지를 단순하게 해서, 쉼 없이 반복하라. 그러면 삼각형을 원이라고 믿게 만들 수도 있다.” 모든 게 탈원전 탓이라는 주장을 쉼 없이 반복하자, 급기야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때문에 무너졌다는 황당한 거짓말까지 진실인 것처럼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괴벨스식 선전술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멀쩡한 원전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서 폐쇄했다.” 월성 1호기를 두고, 이런 주장이 등장했습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팩트체크를 해보겠습니다.
첫째, 월성 1호기는 ‘멀쩡한 원전’인가?
월성 1호기는 1975년 착공해서 1983년 완공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원전입니다. 캐나다 기술을 도입한 가압수형, 중수로입니다. 초기 원전이라, 안전 기준도 낮게 설계됐습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수명(30년)이 다했습니다. 캐나다에선 같은 모델인 젠틀리 2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다 4조원이 드는 것으로 나오자 포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국수력원자력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금융 비용을 포함해 5925억원을 들여 연장 가동을 위한 설비공사를 하면서 2009년 수명 연장을 신청했습니다. 반대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명 연장’을 인가했습니다. 연장 가동을 해도 될 만큼 충분히 설비를 개선한 것인가, 의심스러웠습니다.
시민들이 이 원전을 수명 연장한 게 문제가 있다고 집단으로 소송을 냈는데, 서울행정법원은 ‘수명 연장은 무효다, 연장 가동 허가를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중요한 허가 사항을 ‘과장 전결’로 처리하는 등 “허가 절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석달 뒤인 2017년에는 5월 원자로 건물 부벽에서 콘크리트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원전을 멈춰세워야 했습니다. ‘멀쩡한 원전’이란 전제부터가 타당하지 않습니다.
둘째,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서, 조기폐쇄를 했다’는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이건, 경제성 평가를 의뢰 받은 외부 회계법인이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시 이익이 224억원 밖에 안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부분입니다. 감사원도 감사 결과 ‘이 부분은 문제가 있다, 감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한 공무원에 대해서만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산업부 장관에 대해서는 인사에 활용하라고 통보했고, 한수원 이사들은 배임 혐의가 없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경제성 평가 조작’이라고 하지 않고, 단지 ‘경제성 평가의 신뢰도를 저해했다’고 한 부분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외부 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계속가동시 이익을 224억원으로 평가했습니다.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서 무리하게 폐쇄를 한 거라면, 애초 경제성이 계속 가동해야 한다고 결론지을 만큼, 좋아야 합니다. 그런데 감사원이 감사에서 ‘이렇게 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한 방식으로 경제성을 다시 계산하면, 224억에서 1088억원으로 늘어납니다. 이 수치로는 ‘월성 1호기는 경제성이 높아서 폐쇄해선 안된다. 계속 가동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 자료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6월12일 산업부가 고리 1호기 폐쇄 결정과 관련해 낸 보도자료입니다.
[논썰] 황당한 ‘탈원전 때리기’, 최재형·윤석열은 뭘 노렸나
고리 1호기 경제성을 평가해보니, 계속 가동 때 1792억원에서 2688억원 이득이라는 것입니다. 월성 1호기는 감사원이 지적한 것을 반영해 최대로 다시 계산해도 그보다 못합니다.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서, 멀쩡한 원전을 문 닫게 했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고리 1호기 때도 그랬습니다만, 노후 원전 폐쇄는 경제성 외에 안전성을 함께 고려해 내린 결정입니다. 감사원은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대한 별도 감사도 벌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위법하거나 절차적 하자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을 대전지검에 또 고발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뒤 검찰이 속전속결로 수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30일 기소를 결정했습니다.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계속 지내듯, 검찰이 기소할 때까지 고소·고발을 계속해 결국 성공한 것입니다.
[논썰] 황당한 ‘탈원전 때리기’, 최재형·윤석열은 뭘 노렸나
[논썰] 황당한 ‘탈원전 때리기’, 최재형·윤석열은 뭘 노렸나
국가의 주요 정책이 정치적 공론 과정이 아닌 사법 절차에 의해 결말 지어지는 것을 ‘정치의 사법화’라고 합니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고질병입니다. 정치세력들은 합리적 논거로 대중을 설득하기보다는 상대를 형사처벌로 몰아가려고 갖은 애를 씁니다. 검찰의 기소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그 과정에서 검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의 힘이 비대해지고 이들이 거꾸로 정치에 개입합니다. ‘월성 1호기’ 운영을 둘러싼 의견 대립도 그런 불행한 길을 걸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야당의 문제 제기에서 감사원 감사, 검찰의 기소로 이어지는 과정은 논리 비약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안을 다룬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통령 선거에까지 뛰어들었습니다.
왜 감사를 했는지, 왜 수사를 했는지, 그 결과를 해석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왜 ‘멀쩡한 원전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문 닫게 했다’는 논리적 비약을 했는지는 두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것으로 답한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 경제의 장래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공론장에서 열린 토론을 해가며,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마땅합니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월 조사에서도 ‘원전 축소’ 의견이 ‘원전 확대’ 의견보다는 많습니다만, 2018년 조사에 비해서는 차이가 줄었습니다. 앞으로 또 변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이 토론해서 결정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정책 결정을 공론장이 아니라 사정기관의 처분에 맡기는 것은 민주주의를 도둑맞는 것과 같습니다.
기획·출연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도움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