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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가격 올라도 입증 어려워”…카카오 가격 인상이 무서운 이유

등록 2021-08-10 04:59수정 2021-08-10 10:0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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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연이은 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소비자를 꾄 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자 ‘수금’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소비자 불만이 높다. 이는 빅테크 기업의 전형적인 가격 책정 패턴이기도 한 만큼 전세계 경쟁당국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카카오 논란을 통해 빅테크의 가격 전략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봤다.

■ 1분마다 바뀌는 가격…“인상 입증 어려워”

9일 카카오모빌리티 설명을 들으면, 회사는 최근 카카오T 택시 스마트호출 기능에 탄력 요금제를 적용했다. 스마트호출은 웃돈을 주는 대신 수락률이 높은 기사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기존에는 1000원의 이용료가 일괄 책정됐다. 지난 2일부터는 그때그때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0∼5000원 사이에서 실시간 책정되고 있다.

카카오T에 실시간 알고리즘 가격 책정 시스템이 적용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블루와 벤티에 이어 이번에는 대중성이 더 높은 서비스에도 알고리즘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미국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의 전형적 가격 정책 패턴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적자를 감수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나중에 가격을 올리면서 알고리즘 시스템도 같이 도입하는 식이다. 이런 시스템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쓰는지에 따라 다른 값을 내게 돼 가격 인상 여부를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게 특징이다.

빅테크의 이런 전략은 경쟁법 학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장은 아마존의 행위가 전형적인 약탈적 가격 책정에 해당하지만 현행법으로 제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약탈적 가격 책정이란 비정상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킨 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뒤에 가격을 인상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경쟁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 행위 유형 중 하나다. 다만 대체로 기업이 가격을 인상한 사실이나 그럴 가능성이 입증돼야 위법성이 인정된다.

알고리즘 가격의 경우 입증이 어려울 수 있는 셈이다. 2017년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에서 리나 칸 위원장은 “아마존에서 상품 가격은 순식간에 바뀌며 이에 대한 설명도 없다”며 “아마존은 끊임없는 가격 변동과 개인 맞춤형(personalized) 가격 책정으로 가격 인상을 숨기고 있어 제재가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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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 점유율에, 소비자 묶는 ‘잠금효과’까지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들이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특징도 있다. 이번에 터져나온 소비자 불만의 주된 원인은 “카카오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90%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를 통해 집계한 결과, 지난해 말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월간 이용자 기준)은 89.4%였다.

점유율 같은 수치 이면의 영향력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진입장벽이 훨씬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플랫폼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나 잠금(lock-in) 효과 등이 새로운 기업의 진출을 막는다는 얘기다. 네트워크 효과는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해당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잠금 효과는 전환 비용이 너무 비싸서 소비자가 한 번 이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 번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플랫폼이 가격을 올리거나 소비자 데이터를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원리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가 펴낸 보고서를 보면, 미국 아마존은 유료 멤버십인 ‘프라임’ 요금을 수차례 인상했으나 소비자 이탈률은 낮았다. 2014년에는 프라임 요금을 79달러에서 99달러로 올렸는데, 당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 중 95%가 프라임에 남겠다고 응답했다. 아마존이 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아마존의 한 임원도 “프라임이 커진 뒤에는 (수요) 탄력성이 낮아져 가격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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