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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은, 과열된 가계빚·집값…길어진 부작용 차단 나선다

등록 2021-08-26 17:36수정 2021-08-27 02:40

가계부채, 집값 급등 문제 해소엔 제한적
한은, 지속 인상 시그널로 심리 변화 기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의결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의결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제공

“저금리는 경제 활동의 위축을 방지했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 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둬야 할 때다.”

한국은행이 26일 ‘역대 최저금리 시대’의 종료를 알렸다.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향후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지난해 5월 역대 최저 수준인 0.5%까지 내린 금리가 경기를 회복 수준까지는 끌어 올렸다는 판단이다.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경기는 반복되는 코로나19 확산도 버틸 것으로 바라봤다. 이에 한은은 이제 초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수습하겠다고 선언했다. 낮은 금리를 지렛대 삼아 위험 수익을 추구하는 심리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코로나19에도 금리 인상 왜?

한은의 이날 금리 인상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견조한 경기 회복세, 물가 상승 압력, 금융 불균형 누적 등이다. 이 가운데 한은이 금리 결정에 최우선 순위로 고려한 것은 금융 안정이다. 그동안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융 안정과 실물 경제 중 무엇을 우선 순위에 둘 것인지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현재 경기와 물가는 지난해보다 상승 국면에 있는 것은 분명하나 금리를 올릴 만큼 과열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부터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4차 유행도 발생했다.

한은은 고민 끝에 ‘금융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이 총재는 “금리를 낮춰 경제 주체들의 차입 비용 부담을 덜어 경제 활동 위축을 방지했지만, 이례적 완화 여건이 1년 반 지속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경기 개선에 맞춰 금리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결단 배경에는 실물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깔려 있다. 경기가 금리 인상 충격을 버틸 수준까지는 회복됐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코로나19 4차 유행을 우려했으나 예상보다 소비 심리 충격이 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신용카드 승인액은 14조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하면서 내수 회복세가 이어졌다. 경제 주체들의 학습효과, 수출 호조, 백신 확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합해지면 올해 목표했던 4% 성장은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주열 총재.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총재. 한국은행 제공

가계부채, 자산시장 과열 잡을 수 있을까

한은의 결단에도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곧바로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 빚 급증과 집값 폭등에는 저금리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어서다.

한은도 금리 인상 효과의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이다.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이라고 하는 것이 이번 조치 하나로 해소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며, 집값은 저금리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은이 기대하는 것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 변화다. 금리가 꾸준히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차입에 의한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금융과 부동산 규제 등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총재는 “대출 금리가 올라도 경제 주체들의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고, 주택의 수급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으면 대출 차입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리 하나로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효과는 그런 차입 수요를 제약하는 데에는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심리를 억누르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이전 수준(1.25%)으로 금리를 정상화한다고 하면 앞으로 두 차례는 더 올릴 수 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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