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현행 0.75%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음 달에도 금리 결정 회의가 있어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한은이 이달 국내외 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숨 고르기’를 한 후 다음 달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11월에도 금통위 “서두를 필요 없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8월 1년 3개월간 이어진 역대 최저금리 시대를 종료했다. 당시 한은은 0.50%에서 0.75%로 금리를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행보의 시작을 알렸다. 이 때문에 다음 회의인 10월 금통위에서도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한은은 이날 숨 고르기를 선택했다. 바뀐 금리는 다양한 경로로 파급되는 까닭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은으로서는 8월 금리 인상 효과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한은이 연속적으로 금리를 올린 적은 거의 없다. 2007년 7~8월 두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더구나 다음 금통위는 곧바로 한 달 뒤 열린다. 한은이 굳이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 또다른 이유다. 관가에서는 10월보다 11월이 금리 인상의 적기라는 평가가 있었다. 최근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이 인플레이션과 미국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공포,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음 달 2~3일(현지시각) 열린다. 아울러 우리나라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계획도 내달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내달 금통위는 25일에 열린다. 주요 경제 상황과 각국의 동향을 금리 결정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시점이다.
■ 한은 다음 달 금리 인상 의지 강해 관건은 한은의 변심 여부다. 현재로서는 한은의 금리 인상 의지는 매우 강하다는 얘기다. 한 달 새 국내외 경제에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다음 달 추가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실제 한은의 이날 발언을 보면, 지난 8월 금리 인상 근거로 꼽은 금융 불균형 누적, 경기 회복세, 물가 상승 압력 등 세 가지 경제 상황에 관한 생각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국내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대 중반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9월 중 가계대출도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주택 매매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융 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글로벌 공급 차질, 중국 헝다사태와 전력난 등 대외 여건 위험이 커진 것은 사실이며,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와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면서도 “그렇지만 외국인들의 채권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점을 보면 대외 위험 영향이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외부에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 후에도 실질 기준금리, 금융상황지수 등 여러 가지 지표로 평가한 금융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다”며 “경기의 흐름이 우리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 회의에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총재는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내년에도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물가 오름세는 예상보다 확대되고, 금융불균형 완화도 필요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은 이러한 경제 상황의 개선 정도에 맞춰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한은이 다음 달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금리 수준은 1.00%까지 올라간다. 한은이 너무 낮은 금리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올리고 싶은 최종 목표치는 경기를 과열 또는 침체시키지 않는 ‘중립금리’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다면 중립금리 수준이 대략 1.25~1.50%라고 추정한다. 내년까지 금리를 두세 차례 더 올려야 한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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